빌 클린턴(Clinton) 전 미국 대통령이 4일 전격적으로 방북(訪北),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만난 자리에서 미 오바마(Obama) 대통령의 구두(口頭)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북한 매체들이 보도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과 평양방송은 이날 "김 위원장과 클린턴 전 대통령이 양국의 공동 관심사로 되는 문제들에 대해 폭넓은 의견교환을 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특히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오바마 대통령의 "구두메시지를 정중히 전달"했으며, "김 위원장은 이에 사의를 표하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을 환영한 뒤 그와 진지한 담화를 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대미 정책의 총괄 책임자인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과 대남 담당인 김양건 통전부장도 배석했다. 구두 메시지 전달여부에 대해 백악관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형식 여부를 떠나 클린턴 전 대통령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의 의중이 북에 전달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방북은 표면적으로는 북한에 141일째 억류돼 있는 미국 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한 것이지만, '전직 대통령'이자 현 미 행정부 외교 수장(首長)의 남편이라는 그의 정치적 무게와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를 감안할 때 최근 극한의 갈등을 겪고 있는 미·북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는 특사 임무의 성격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제1차 북핵위기 당시인 1994년 전직 대통령이던 지미 카터(Carter), 미사일 위기가 고조됐던 2000년 당시 국무장관이었던 매들린 올브라이트(Albright) 등 미 최고위층의 방북은 모두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미·북 관계를 대화국면으로 돌려놓는 계기가 됐었다.
이에 앞서 정부 소식통은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이 탑승한 특별기가 알래스카를 거치는 캄차카 항로를 통해 평양에 오전 10시48분쯤 도착했다. 북한측과 기자 석방을 위한 교섭에 들어갈 것으로 안다"며 "미측 일행에는 '빌 클린턴 재단(Clinton Foundation)' 관계자들이 포함됐지만 미 정부 관계자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3월 17일 두만강 유역 중·북 국경지대에서 취재 도중 북한군에 끌려가 이날까지 억류돼 있는 미 커런트TV 소속 유나 리(Lee), 로라 링(Ling) 기자와 함께 이르면 5일(미국시각) 워싱턴으로 복귀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