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자동차 사측이 청산 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은 노조가 사실상 전원 고용을 요구하는 등 수용 불가능한 협상안을 계속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측은 "노조가 불법 공장 점거를 계속하고 있는데다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만 하고 있어 회사를 정상화시킬 방법이 없다"며 "추가 협상은 없다"고 못박았다. 노조측도 "협상결렬 책임이 사측에 있다"며 점거파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극적인 변화가 없는 한 쌍용차 사태는 파국을 맞을 가능성이 높다.

공멸(共滅)로 가는 쌍용차

쌍용차 사측이 2일 청산형 회생계획안의 법원 제출 가능성을 밝힌 것은 최후의 '배수진'을 친 것으로 풀이된다. 박영태 쌍용차 공동 법정관리인은 이날 "쌍용차 대표로서 어떻게든 회사를 살리고 싶은 마음뿐이지만, 현재로서는 공멸로 가는 것 같다"며 "노조가 정리해고는 '살인'이라고 하지만, 노조의 점거파업은 쌍용차 전 직원은 물론 협력업체들까지 죽이는 '집단학살'"이라고 말했다. 같은 회사의 최상진 상무는 "사측은 할 만큼 했다"며 "청산형 회생계획안 제출이 단순한 엄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쌍용차는 파업으로 인한 생산차질이 1만3907대로, 이로 인한 손실액만도 3000억여원에 달한다. 또 극한 노사대립으로 쌍용차의 브랜드 가치도 추락했다. 쌍용차가 청산되면 평택 공장 담보 채권 2380억원, 임직원 임금 채권 500억원, 협력업체의 매출 채권 3000억원 등을 갚아야 한다. 사측은 평택 공장 부지와 창원 엔진 공장, 생산 시설, 연구개발 시설 등을 분할 매각하면 이들 채권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농성장 빠져나오는 노조원 2일 경기도 평택 쌍용차 도장2공장에서 점거농성을 벌이던 노조원이 짐을 챙겨 농성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이날 쌍용자동차의 노사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강성 노조로 해외매각도 어려워

노사 관계에 극적 변화가 없는 한 쌍용차는 파국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앞으로 쌍용차가 밟게 될 가능성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사측이 검토 중인 방안대로 청산 절차를 밟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생산라인·연구시설·엔진 공장 등은 분할매각 절차를 거치게 된다. 다른 하나는 협력업체 채권단의 요구대로 파산 후 우량 자산만을 모아 '뉴(New) 쌍용'으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쌍용차 협력업체 채권단은 파업이 끝나지 않으면 5일 법원에 쌍용차 조기 파산 신청을 내겠다고 이미 밝힌 상태다. '뉴 쌍용'으로 출범할 경우 새로 설립된 회사는 직원을 모두 새로 뽑은 후 새 투자가에게 매각된다. 하지만 '뉴 쌍용'으로 재출범해도 인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자동차업계가 구조조정기에 접어든데다 쌍용차 생산시설이 낙후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쌍용차에 관심을 보인 국내 기업은 없었으나, 중국·인도·러시아·남미 등 신흥국 자동차 기업들이 쌍용차의 스포츠유틸리티비이클(SUV) 라인 인수에 관심을 보였었다"면서 "그러나 노조의 강성 파업으로 인해 쌍용차의 해외 매각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고 말했다.

정부, 파산 대비 착수

정부는 내부적으로 쌍용차의 파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에 대한 대응방안을 강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쌍용차 협력업체들에 대한 지원 방안도 고려 중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쌍용차 노조가 공장을 계속 점거할 경우 쌍용차의 파산은 불가피하다"며 "쌍용차를 청산하면서 창원의 엔진 공장이나 SUV 라인을 따로 떼어내 매각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쌍용차 파산이 현실화될 경우 쌍용차 임직원 7000여명과 250여개 주요 협력업체에서도 상당수 실업자가 발생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KIET)의 이항구 팀장은 "쌍용차 파산에 따른 협력업체 실업자 숫자가 2만명 정도 될 것"이라면서 "쌍용차 관련 주변까지 합치면 6만여명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차 정비 등 소비자들도 피해

쌍용차 파산으로 인한 또 다른 피해자는 102만명에 달하는 쌍용차 보유 고객들이다. 부품협력업체의 도산으로 인해 부품 품귀현상이 발생하고, 부품 공급이 원활하지 못해 차량 정비가 제때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성능연구소의 박용성 박사는 "쌍용차가 청산 절차에 들어가게 되면 쌍용차 보유 고객들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부품 부족과 딜러 서비스 붕괴로 보유 고객들의 불편이 가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쌍용 중고차 가격도 급락하고 있다. 중고차 사이트 '카즈'에 따르면 중고 쌍용차는 지난달부터 전 차종에 걸쳐 30만~150만원씩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산형 회생계획안

회사를 정리하는 수순의 하나로 자산을 처분해 회수한 금액을 채권자에게 나눠준 다음 회사를 해체하는 방안이다. '청산형 회생계획안'은 채권단을 비롯한 관계 당사자들이 추진 여부를 결정하며 실행에 앞서 법원의 인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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