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자인 차의과학대 정형민 교수가 2001년 대학 재단으로부터 받은 43억원어치의 생명공학 벤처기업 스톡옵션을 제자들 장학금으로 쓰겠다며 대학에 기부했다. 차 교수는 손꼽히는 생명공학 연구자다. 그의 연구팀은 올 5월 복지부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황우석 박사 방식의 체세포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다.

정 교수는 "갑자기 내린 결단이 아니라 늘 해온 생각"이라고 했다. 제자들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정 교수가 늘 "우리가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얘기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한다는 것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마음속으로는 정 교수와 같은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만 그걸 실제 실천하는 것은 정말 드문 경우다.

정 교수는 오전 7시 출근해 자정이 돼야 연구실을 나오는 생활을 되풀이해왔다. 한 달에 딱 하루만 쉰다. 실험에서 쓴 시약의 바코드를 연구노트에 하나하나 붙이게 할 정도로 연구 검증을 철저히 해왔다. 그런 노력으로 논문을 144편 썼고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줄기세포 연구자가 됐다.

보통 사람이라면 땀과 노력으로 일군 그 성취의 대가는 당연히 자기가 누려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정 교수는 그러지 않았다. 자신은 "대학의 지원으로 마음껏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혜택받은 인생"이라는 것이다. 43억원 기부는 그 혜택을 사회에 되돌려주자는 뜻이다.

시장경제는 경쟁력을 키워주는 효율성 있는 시스템이지만 사회의 그늘 어딘가에 약자(弱者)와 패자(敗者)를 만들어낸다. 세계 1위 부자 빌 게이츠는 국가와 기업이 그런 시장경제의 결함을 보완해야 한다는 '창조적 자본주의론'을 내세우며 세계 최대 자선재단을 만들었다. 정형민 교수 같은 사람은 인생의 가장 활동적인 시기를 누구보다 바쁘게 살면서 사회에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 노력으로 이룩한 성취를 갖고 사회의 꼭 필요한 곳에 기부해 또 다른 차원의 기여를 하면서 자기 삶도 행복하게 만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