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해고 노조원 600여명이 점거하고 있는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날 오전 10시 법원의 강제집행에 맞춰 경찰 900여명과 임직원 3500여명이 정문을 통해 공장 진입을 시도하자, 마스크를 두르고 쇠파이프를 든 채 도장공장(정문에서 약 100m 떨어진 곳에 위치) 옥상에 집결한 노조원들은 건물에 고정하는 방식의 대형 새총을 이용해 볼트와 너트를 발사하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일부 노조원들은 불을 붙인 LP 가스통을 정문을 향해 굴렸다. 도장공장 앞에 쌓여 있던 수십 개의 폐타이어에 불이 붙어 공장 주변까지 검은 연기가 치솟았고, 사측 직원 1명은 농성 노조원들이 새총으로 날린 볼트에 머리를 맞아 병원으로 후송됐다. 오후 8시쯤에는 정문 쪽에 있는 경찰을 향해 노조원들이 화염병 10여개를 던지며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과 임직원 공장으로 진입
파업 60일째인 이날 경찰과 법원은 강제집행을 위해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 쌍용차 경영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되면서 사태를 더 이상 방치하기 힘들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측에 따르면 노조가 옥쇄 파업에 돌입한 지난 5월 22일 이후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20일 현재 차량 1만1500여대를 생산하지 못해 2400억원의 손실을 보았다. 협력업체 300곳도 대부분 휴업에 들어갔고, 부도 처리되는 곳도 늘고 있다.
조현오 경기지방경찰청장은 "법원의 강제집행을 돕고 노사 간 충돌로 인한 유혈 폭력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 공권력을 투입했다"고 말했다.
수원지법 평택지원 박건 집행관과 회사측 변호사 2명, 사측 직원 2명 등 5명은 오전 10시쯤 공장 정문에 도착했다. 이들은 공장 안 노조사무실을 방문해 법원의 퇴거 명령 집행을 시도하려 했다. 하지만 노조가 볼트 등을 새총으로 쏘며 저항하자 더 이상 접근하지 못했다. 박 집행관은 이날 오전 모두 세 차례 퇴거명령을 전달하려다 실패하고 철수했다.
사측은 경찰 진입에 맞춰 평택공장 본관과 연구소에 직원들을 출근시켜 일부 업무를 재개했다. 오전 8시30분쯤부터 공장 앞에 모이기 시작한 임직원 3500여명은 오전 10시5분쯤 공장 본관과 연구동으로 진입했다. 공장 출입문 4곳에 배치됐던 경찰 900여명도 높이 3m, 폭 5m의 철제 방어막을 앞세운 채 평택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경찰은 또 물리적 충돌에 대비해 공장 주변에 25개 중대 2000여명과 물대포와 굴절 사다리차, 고가 사다리차, 헬기 등 장비 30여대를 배치했다.
경찰은 나흘째 공장 안으로 음식물 반입을 막았다. 사측도 오전 11시25분쯤부터 공장 안 가스와 식수 공급을 차단해 노조를 압박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단수와 가스 중단 공급은 불법 파업을 중단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며 "공장 내 시설 보호를 위해 전기는 계속 공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사측은 낮 12시쯤 공장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직원들의 신변보호와 노조원들이 점거 중인 도장공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을 요청했다.
◆물리적 충돌 가능성 높아져
경찰도 도장공장에 대한 공권력 투입 시기를 조율하고 있어 물리적 충돌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조현오 경기경찰청장은 "도장공장은 시너와 페인트 등 인화물질로 가득 차 있어 매우 위험하기 때문에 공권력 투입은 노사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며 "하지만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최대한 안전하게 작전을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일단 쌍용차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파업이 지속될 경우 파산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윤호 지식경제부 장관은 이날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쌍용차 관련 조찬간담회에서 "노조의 공장 점거로 인해 생산이 중단되고 있는 현 상황이 7월 말까지 지속되면 쌍용차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사측과 협력업체의 판단"이라고 밝혔다. 현재 쌍용차의 250개 1차 협력업체와 1900개 2·3차 협력업체를 합쳐 쌍용차에 물린 상거래 채권은 3000억원에 달한다. 산업은행이 갖고 있는 채권 규모(2500억원)보다 많다. 따라서 협력업체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공장가동이 안 되면 8월 3일쯤 법원에 조기파산을 신청할 예정이다. 협력업체 채권단 최병훈 대표는 "도장공장을 점거한 노조원 600여명은 회사가 아무리 어려워도 연봉 5000만원을 꼬박꼬박 받았다"면서 "이들 600여명 때문에 20만명의 생존권이 짓밟히고 있는데 정부는 손 놓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파업 중인 노조 간부 이모(34)씨의 아내 박모(29)씨가 이날 오전 안성시 자택에서 목을 매 숨졌다. 경찰은 "이씨가 지난해 둘째 출산 이후부터 산후 우울증을 앓아왔고 올 초 친정아버지가 사망하는 등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자살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씨가 우울증 치료를 받았던 안산의 모 대학병원 기록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했다.
민주노총과 가족대책위 200여명은 이날 오후 평택공장 정문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노동자의 부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정부와 사측은 유족에게 공식 사과하고 공권력 투입 방침을 당장 철회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