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스나이더(Scott Snyder) 미(美) 아시아재단 한미정책연구센터 소장

북한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성공적인 접근법을 찾았다고 믿을 것이다. 과거의 패턴은 외교적 관심을 끌기 위해 위기를 조장하고는 압박을 완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협상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그동안 북한은 핵(개발) 능력의 핵심 요소는 양보하지 않은 채 경제적 혜택을 받아왔다. 이런 방식은 클린턴과 부시 행정부에 통했다. 오바마 행정부 초반 북한이 도발과 위기를 조장하자 클린턴 행정부에서 북한을 경험한 오바마 행정부 인사들을 포함, 오랫동안 북한을 주시해온 사람들은 기시감(旣視感)을 느낀다.

이것은 북한이 클린턴 행정부 당시 큰 효과를 본 게임이다. 하지만 이번에 미국 관리들은 북한과 새로운 게임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한다. 즉, 북한은 영변(핵시설)을 미 행정부에 세 번씩 팔아넘길 수 없을 테고, 오바마 행정부엔 북한과 성과도 없는 협상을 끝없이 계속할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협상은 양보는 찔끔하면서 회담 당사자들을 분열시키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 놀아나기 마련이다.

만약 북한이 옛날과 똑같은 게임을 한다면 주안점은 ▲갈망해온 고위급 직접 대화에 미국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으로 위기를 조성하고 ▲사실상 6자회담을 무시하면서 ▲미국이 다시 한 번 북한에 커다란 양보와 인도적 지원을 하게 만드는 길을 여는 데 있다. 이 경우 미국은 흔들리지 말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주장하면서 유리한 방향으로 게임의 장을 개조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회담에선 북한이 다른 회담 참가국들과 관계를 정상화하는 정치·경제적 선물 꾸러미를 받는 대가로 비핵화로 가는 구체적 조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만약 권력 승계를 둘러싼 북한 내부의 관심이 게임을 근본적으로 바꿔놓는다면 어떨까. 새로운 게임의 특징 중엔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화하기 위한 노력의 하나로 핵과 미사일 능력을 기정사실화하려는 공격적이고 재빠른 강공책이 포함될 것이다. 이처럼 고집스럽게 수위를 높여가는 강공책은 북한의 권력 승계 과정에 간섭하지 말라는 외부 세계를 향한 신호이자, 김정일의 건강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김정일 왕조의 업적을 강조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의 계획적인 도발들은 사실 북한의 취약점을 강조한다. 김정일이 서두르는 것은 시간이 자기편이 아님을 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경우 북한의 수뇌부는 내부 문제에 정신이 팔려 나라 밖 선수(6자회담 참가국)들을 향해 타협적 조치를 추구하길 꺼리게 된다. 정권의 경제적 이익에 직접적이고 명백한 손해가 난다 해도 악화하는 외부 환경보단 내부 사정에 우선순위를 매길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과의 새로운 외교 채널을 서둘러 모색하려는 미국의 노력은 안 좋은 결과로 끝나기 쉽다. 다른 나라들로서도 말과 행동을 통해 북한의 대외 경제와 정치 관계의 생명력은 궁극적으로 비핵화에 달렸다는 점만 계속 강조할 수 있을 따름이다. 생존 능력을 갖춘 유일한 후계자는 상황이 이렇다는 걸 이해할 것이다.

만약 북한이 낡은 게임을 벌인다면 오바마 행정부는 대북 관계에 있어 새로운 조건을 세운다는 의도를 갖고, 시간은 자신들의 편이 아님을 깨달은 북한 지도부와 새로운 어조와 형식의 대화를 갖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다. 양측은 서로를 시험하겠지만 결국 새로워진 외교의 안전밸브는 작동할 것이고 북한은 새로운 현실에 적응하며 비핵화 약속의 후속조치를 이행할 필요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게임에서 북한은 국내 정치를 관리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고 외부 세력이 북한 내 역학관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다. 이런 상황에선 국제사회가 협상을 통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공동의 (대북) 압박은 어차피 닥칠 일은 빨리 일어나게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북한 후계자 정권의 선택의 폭을 극도로 제한, 정권의 생존을 보장할 유일한 선택지는 외부 세계와의 협력밖에 없음을 인식하게 만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