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지팡이로서 묵묵히 자신의 소임을 다한 경찰, 스스로를 희생하는 봉사활동으로 사회를 따뜻하게 만든 시민들의 공적을 널리 알리는 제43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이 17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렸다.

경찰청조선일보가 공동 주최한 행사에서 대구경찰청 달서경찰서 안기영 경위 등 경찰관 5명과 시민 3명이 충(忠)·신(信)·용(勇)·인(仁)·의(義) 등 5개 부문 상을 받았다. 수상자들에게는 10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됐다. 경찰관 수상자들은 1계급 특진의 영광도 함께 안았다.

시상식에는 강희락(姜熙洛) 경찰청장, 김성수(金成洙·성공회 복지재단 우리마을 원장) 심사위원장, 강지원(姜智遠·변호사) 심사위원, 방상훈(方相勳) 조선일보 사장과 수상자 가족, 동료 경찰관, 청룡봉사상 수상자 모임인 '청룡봉사회' 회원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17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43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신상(信賞) 수상자 안기영(安基永·41) 경위는 "경찰 생활을 하면서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상을 받게 돼 정말 기쁘다"고 했다. 안 경위는 1993년 10월 폭주족 일제 검문 도중 오토바이에 치여 왼쪽 다리가 불편해진 후, 봉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15년 넘게 주말마다 장애인 복지시설인 '밀알공동체'를 찾아 목욕·빨래·청소 봉사를 하고 있다.

용상(勇賞) 수상자는 서광원(徐廣原·43) 경위, 김현수(金鉉洙·39) 경위, 주상연(朱相淵·35) 경사 등이다.

이중 서 경위는 작년 4월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세무공무원 강도살인사건 범인 4명을 붙잡는 등 지난해에만 강력범죄 35건을 해결했다. 경찰의 날에는 행정안전부 장관 표창을 받기도 했다.

김 경위는 범죄자들에게 '저승사자'로 통한다. 인천 유흥가를 무대로 활동하던 조직폭력단 '간석파' 등 3개 폭력조직 166명을 일망타진했다. 지난해 그가 검거한 범죄자만 194명(24건)이다.

주 경사는 지난해 5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장애인을 고액 생명보험에 가입시킨 뒤 교통사고로 위장해서 살해한 혐의로 모 장애인단체 간부를 검거했다. 119구조대원이 찍은 현장 사진 한 장을 단서로 치밀하게 수사한 결과였다. 주 경사는 "'피해자들이 얼마나 억울할까'를 생각하면서 밤낮없이 뛰었다"고 했다.

일반 시민으로 인상(仁賞)을 수상한 나주봉(羅周鳳·52)씨는 전국 미아·실종가족 찾기 시민의 모임 회장이다. 나 회장은 1991년 '개구리 소년 실종사건' 부모들을 만난 후 이 일을 시작해, 18년째 타인의 가족을 찾기 위해 전국을 헤매고 있다. 지금까지 미아 100여명을 부모의 품에 돌려보냈다. 실종자 문제를 사회적으로 널리 알리고, 실종아동 및 피해자 가족 지원에 관한 관련법 제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의상(義賞) 수상자인 김채숙(金菜淑·73)씨는 10년 전 사고로 오른팔을 못 쓰게 된 2급장애인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 2006년 9월 30일 마을 앞바다에 4살 아이가 빠지자 주저 없이 바다로 뛰어들었다. 아이는 무사했지만 그는 바위에 왼쪽 발목을 부딪혀 뼈가 으스러졌다. 김씨는 "나 말고 누구라도 구하려 했을 것이다. 할 만한 일을 한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의상 수상자 김영철(金永鐵·33)씨는 지난해 8월 23일 추석을 앞두고 고향인 완도군 은마마을을 찾았다가, 선착장에 빠진 3살 아이를 구했다. 그는 우체국 365봉사단원으로 관내 불우이웃과 독거노인을 위해서도 봉사하고 있다. 집배원인 김씨는 "원래 집배원들이 좋은 일을 많이 한다"고 했다.

방상훈 사장은 축사에서 "수상자들은 용기와 헌신, 사랑을 실천해 국가와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만든 진정한 영웅들"이라며 "여러분의 노력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 큰 보탬이 되고 있다"고 했다. 강희락 경찰청장은 "14만 경찰 모두가 청룡봉사상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더욱 정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