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韓美) 정상회담을 가진 뒤 발표한 '한미 동맹을 위한 공동비전'에서 "북한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위해 협력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공동 비전은 한미 동맹을 군사·안보는 물론 정치·사회·문화 등 각 분야에서 전략적 협력 관계로 격상시키겠다는 구상을 담고 있다.

두 대통령은 북한 미사일 문제에서 기존의 미·북 합의나 6자회담이 달성하지 못했던 목표를 제시했다. 북한 핵무기는 물론 현존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까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6자회담은 북한의 플루토늄을 이용한 핵개발을 동결하는 데도 실패했고, 1999년의 미·북 미사일 합의는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유예하는 선에서 그친 잠정적 조치였다. 두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보상하는 과거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릇된 행동은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를 과거처럼 임기응변으로 다루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이냐 하는 점이다. 한미는 물론 국제사회 전반에 대화를 통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이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비관적 전망이 팽배하다. 물리적 수단을 동원해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제거하는 것은 현실적 방안이 되기 어렵다. 한미 앞에는 이런 회의적 분위기와 현실적 제약, 과거의 실패들을 딛고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의 근본적 해법을 찾아내 현실적 정책으로 만들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가 놓여 있는 것이다.

공동비전은 "한미는 동맹을 통해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 원칙에 입각한 평화통일에 이르도록 함으로써 한반도의 모든 사람을 위한 보다 나은 미래를 건설해 나아갈 것을 지향한다"고 밝혔다. "북한 주민들의 기본적인 인권 존중과 증진을 위해 협력해 나아갈 것"이라고도 했다. 한미 정상 차원에서 '통일 한국'이 지향할 가치, 통일의 방법과 목표를 제시하면서, 한국의 과거 정권들이 언급 자체를 피해 온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것이다.

한미는 북한의 핵 도발에 대비해 '확장 억지(extended deterrence)'란 표현으로 미국의 핵우산 제공을 명시적으로 표기했다. 확장 억지는 동맹국이 공격받았을 때 자국(自國)이 공격받은 것처럼 핵전력과 재래식 전력을 동원해 대응한다는 미국의 종합적 방위동맹 개념이다. 그러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 군사적 측면에서의 한미 동맹 재조정에 대해선 "한국이 동맹에 입각한 한국 방위에 있어 주된 역할을 담당하고 미국은 한반도 역내 및 그 외 지역에 주둔하는 지속적이고 역량을 갖춘 군사력을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과거 한미 정부에서 나온 주한미군 등에 관한 합의들을 재확인한 셈이다. 한반도 문제에서 군사적 측면의 주축은 한국이 맡아야 한다는 미국의 강한 의지가 드러난 대목이다. 정부는 이 같은 미국측 구상을 유념해 우리의 안보 태세를 갖추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