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채택한 대북 제재결의안 1874호를 수시간 만에 '우라늄농축' 카드로 맞받아쳤다. 북한은 6자회담 협상과정에서 미국이 제기해온 우라늄 농축 의혹을 "헛소리"라며 절대 부인해왔지만, 이번에는 우라늄농축 '기술개발' 수준도 아닌 당장 가동이 가능한 '시험단계'라고 명시하며 국제사회에 공개적으로 '우라늄-플루토늄' 두 갈래의 핵무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플루토늄 추출' 방식인 북한의 기존 핵 프로그램은 가동 여부를 외부에서 감지할 수 있는 반면, '우라늄 농축' 방식은 은닉성이 강해 국제사회의 대응이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북한은 13일 대외발표 형식 중 가장 격(格)이 높은 '외무성 성명'을 통해 "안보리 결의 1874호를 단호히 규탄 배격한다"며 ▲우라늄 농축작업 착수 ▲새로 추출되는 플루토늄 전량 무기화 ▲(선박검색 등) 봉쇄 시도시 군사적 대응 등 3가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성명은 또 "오늘의 이 대결은 우리 공화국의 자주권과 존엄에 관한 문제이고 조미(朝美·북한과 미국)대결"이라며 "핵포기란 절대로, 철두철미 있을 수 없는 일로 되었고 우리의 핵무기 보유를 누가 인정하는가 마는가 하는 것은 우리에게 상관이 없다"고 주장했다. 외무성은 이날 성명이 "위임에 따른 것"이라고 못박아 북한 최고 지도부의 의중이 반영된 것임을 분명히했다.
힐러리 클린턴(Clinton) 미 국무장관은 북한 외무성 성명에 대해 "북한의 계속적 도발행위는 심히 유감스럽다. 그들은 모든 이들로부터 지금 비난을 받고 있고 더 고립돼가고 있다"며 "유엔 결의 1874호는 북한이 지난 수개월 동안 해온 도발적인 행위에 대해 통일된 대응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은닉 쉬운 우라늄개발 천명
한·미 당국은 북한이 밝힌 대응조치 중 특히 우라늄 농축을 우려하고 있는데, 그 '은닉성' 때문이다. 핵폭탄을 제조하는 방식 중 우라늄 농축은 북한이 이미 영변시설을 통해 진행 중인 플루토늄 재처리와 달리 대규모 시설이 필요 없고, 방사능 방출도 별로 없어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 우라늄 농축을 위해서는 주로 원심분리기가 이용되는데 이는 990㎡(약 300평) 정도의 규모면 관련 장비를 충분히 설치할 수 있는 데다 북한이 건설해놓은 기존 지하시설에 설비가 가능할 것으로 당국은 보고 있다. 영변처럼 미국의 첩보위성을 통해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또 우라늄 농축을 이용한 핵무기 개발은 임계질량(20kg)만 모이면 쉽게 폭발하는 장점이 있어 핵실험도 필요하지 않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북한은 "노후화한 영변 시설(플루토늄 프로그램)은 버리는 카드로 활용하는 대신, 우라늄농축에 전력을 쏟는 쪽으로 핵개발의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이춘근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남북협력팀장)는 분석이 나온다.
◆우라늄기술 수준 파악 힘들어
북한은 "우라늄 농축 시험단계에 들어섰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농축기술 수준과 관련 시설 등이 어느 수준까지 와있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다만 북한이 관련 부품 등을 입수한 정황 등을 통해 추정만 가능하다.
북한은 파키스탄에서 '핵기술의 아버지'로 평가받는 압둘 칸 박사와의 커넥션을 통해 1998~2001년 사이에 원심분리기 20대와 설계도를 받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러시아로부터 원심분리기의 재료로 사용되는 고강도 알루미늄 튜브 150t가량을 수입했다는 사실도 어느 정도 드러나있다. 또 국내외의 정보당국은 북한이 평안북도 천마산 등에 우라늄 농축활동과 관련한 시설을 비밀리에 건설, 운영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원심분리기 원형과 설계도를 가지고 있어 기술적으로는 우라늄 농축에 나설 수 있는 수준으로 보이지만 관련 부품을 완벽하게 구비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원심분리기에 필요한 고강도 베어링 등 부품을 북한이 자체생산 할 능력이 없고, 이들 물자는 수출입이 강하게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외부로부터 구입도 못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그러나 핵무기 확보는 북한이 '국가적 명운'을 걸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기술 및 시설의 확보가 일반적인 예측 범위를 뛰어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우라늄농축 방식으로 핵무기 1개를 생산하는 데는 25∼30㎏의 고농축우라늄이 소요되며, P1형 원심분리기의 경우에는 2500∼3000개를, P2형 원심분리기는 1000∼1200개를 1년간 가동하면 그만큼의 농축우라늄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수입한 고강도 알루미늄 150t은 원심분리기 약 2600개의 분량이기 때문에, 이를 모두 원심분리기로 만든다면 1년마다 1∼2개의 우라늄탄을 제조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