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남표·KAIST 총장

1769년 J 와트는 새로운 개념의 증기기관을 발명했다. 와트의 엔진은 반세기 이상 사용해오던 뉴커먼의 대기압 증기기관보다 월등히 효율이 높았다. 이것은 18세기 인류가 당면했던 동력 부족문제를 해결하는 위대한 발명이었다. 물레방아 혹은 말과 같은 원시적인 방법이나, 대기압식 증기기관과 같은 저효율의 동력원이 고효율 엔진으로 대체되면서 영국은 산업혁명의 진원지가 되었고, 수세기 동안 세계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현대 기술기반 사회의 시작이 와트의 증기기관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발명으로 영국의 산업 생산성과 기술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였다. 이에 힘입어 영국은 막강한 힘을 축적하여 강대국으로 발돋움하였고 2세기에 걸쳐 전 세계를 선도하였다. 그 후로도 많은 발명과 발견들이 이어져 21세기 기술기반 사회를 만들어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IT, BT, NT 등을 포함하는 것으로 광범위하게 정의되는 21세기의 새로운 산업을 선도할 수 있을까? 새로운 산업혁명을 이루어 국가 경제성장을 촉진하고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우리는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필자는 믿는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어떤 나라도 21세기 인류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를 해결할 수만 있다면 신산업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인류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임과 동시에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될 문제는 EEWS(Energy 에너지, Environment 환경, Water 물, Sustainabililty 지속가능성)이다. 우선 에너지와 환경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우리는 깨끗한 에너지원을 찾고 친환경 고효율 청정에너지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철강을 주조할 때 탄소 대신 수소를 활용하고,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자동차를 활용하여 지구온난화와 환경오염의 주원인인 이산화탄소를 줄여야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공해 전력을 생성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하며, 이는 화석연료가 반드시 대체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현재로서는 원자력 발전이 가장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으로 보인다. 다른 기술들은 효율이 매우 낮거나 너무 과도한 열이 발생하여 사용 가능한 형태로 에너지를 채취할 수 없어 상용화하기 어렵다. 물론 원자력 발전의 경우도 비록 사고율은 현저히 낮다고 하지만 한번 사고가 났다 하면 피해가 너무 크므로 원자로 설계를 더욱 안전하게 할 필요가 있다.

필자가 가지고 있는 꿈 중 하나는 모든 내연기관 자동차를 청정전력을 이용하는 신개념의 자동차로 교체하는 것이다. 현재 많은 사람이 가솔린이나 디젤 자동차를 대체하기 위해 리튬 전지와 같은 큰 배터리를 사용하는 '플러그-인' 전기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문제는 리튬 배터리가 비싸고 무거우며 부피가 크다는 데에 있다. 만약 전 세계의 자동차들이 이 배터리를 사용하게 되면, 리튬 가격의 폭등은 물론 새로운 환경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또한 매장량이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자동차 배터리로 사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온라인 전기자동차를 예로 들 수 있다.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도로에 매설된 전선에서 기계적인 접촉 없이 전력을 공급받는 신개념의 자동차이다.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환경 친화적이고 안전하며, 경제적이다. 또한 디자인은 물론 내구성·편의성 등 모든 면에서 현재의 자동차와 견주어도 손색없이 개발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나라는 화석연료를 수입해야 하지만, 이런 나라들도 모두 자동차가 필요하다. 만약 우리가 '온라인 전기자동차'를 개발하여 새로운 산업을 창출한다면, 이를 수출하고 현지에 제조 공장을 세우는 등 엄청난 경제적 파급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무공해 '온라인 전기자동차'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을 정화하고 삶의 질을 개선할 것이다. 또한 저렴한 에너지와 깨끗한 환경은 생명과학·나노기술은 물론 정보 기술과 신소재 기술의 발전을 촉진시킬 것이다.

'온라인 전기자동차'의 사용이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면, 많은 국가에서 전력 발전소에 대한 수요도 증가할 것이다. 한국은 원자력 발전소를 수출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이다. 만약 우리가 원자력 안전분야에서도 선두에 설 수 있다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새로운 운송산업을 창출하여 세계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우리도 영국처럼 새로운 산업혁명을 주도할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