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어느 학교를 나왔을까? 하버드? 예일? 아니면 옥스퍼드 유학파? 모두 아니다. 정답은 매사추세즈주(州)의 웰즐리 칼리지다.
‘여대’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힐러리가 여대 출신이라는 것도, 남녀가 평등하다는 미국에 ‘여대’가 있다는 것도 믿기 힘들 수 있다. 하지만 미국에는 60여개의 ‘여대’가 있다. 한 유학원 관계자는 “미국 학교 정보가 빠삭하다는 학부모들도 미국에 수준 있는 여자 대학이 많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미국의 남녀관계는 개방적이다. 그런 미국에서 여자만 다니는 대학교는 언뜻 쉽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 여자대학교의 전통과 역사는 의외로 깊다. '미국의 여자대학교'의 저자 엘리자베스 데브라는 많은 여성들에게 여자대학교가 배움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한다. 대학교 입학 자체가 거부되었던 여성들은 19세기 중후반에 생긴 여자대학교를 통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미국 여자대학교의 특성은 외모에 대한 '관대함'이다. 한국 여대생들과 비교해 평소 화장이나 몸치장에 들이는 시간이나 정성이 보잘 것 없다. 오죽하면 메이크업을 한 학생에게 지나가는 친구들이 “오늘 무슨 일 있느냐”고 물을 정도다. 조지아주(州) 소재 웨슬리안 대학교에서 1년간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경험한 이화여자대 학생 김 모양은 “한국에서는 꼭 하던 화장을 안하고 수업에 들어가는 게 너무 좋았고 자유스러웠다. 우리나라도 외모지상주의에 편중한 여대생 문화를 바꾸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한다.
미국 대학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파티 문화도 여자대학교에선 흔치 않다. 주로 프랫 파티 (Frat-Party) 로 대표되는 캠퍼스 파티 등이 남학생 사교 클럽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점을 감안했을 때 여자 대학교에서는 이러한 문화를 찾아보기 어렵다.
캠퍼스 파티는 술과 마약이 필수 요소처럼 빠지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대학교의 파티는 친목 도모 위주로 열린다. 2004년 프린스턴 리뷰가 매긴 랭킹에 따르면 5곳의 여자 대학교, 스펠맨, 웰즐리, 브린 모어, 웨슬리안, 아그네 스캇 대학교가 가장 술과 마약을 멀리하는 건전한 대학 순위에서 탑 20위에 올랐다. 그래서 학생들은 캠퍼스 파티에서 불거지는 불미스러운 사건들, 성범죄나 환락 파티를 피해 일부러 여자대학교에 진학하기도 한다.
미국 여자대학교에서 특징적으로 볼 수 있는 게이·레즈비언 커플은 미국의 상징적인 개방적 성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은 짧은 스포츠 머리에 남자 옷을 입고 걸쭉한 목소리를 뽑아내는 등 자신의 성 정체성을 온 몸으로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그들은 또한 여느 여대생과 다름없는 여성스러운 학생들과 어울리며 교제를 한다.
또 남성, 여성 모두에게 성적 호감을 갖는 바이섹슈얼 학생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진보의 선두’를 달리는 여자대학교는 지역적 정치색과는 별개로 개혁적 성향이 강한 민주당을 지지하는 것이 대세다.
‘여대’의 또 다른 매력은, 여자들만이 진학하는 학교이기 때문에 주로 남자들의 학과로 일컬어지는 수학·과학·기계공학 분야와 수많은 스포츠 팀의 리더 역할이 여학생들에게 완전히 열려있다는 것이다. 또 특히 여성학 관련 학과들이 높은 수준을 자랑한다.
여학생들끼리만 수업을 듣고 함께 생활하니까 엄청 지루하겠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대부분 여자대학교들은 가까운 남녀공학 학교와 연계하는 수업 프로그램이 있어서 남학생들이 여학교에 오기도, 여학교 학생들이 공학에 가서 강의를 듣기도 한다. 또 기숙사 경비는 철저하지만 일부 여대에서는 입주 여학생이 동의할 경우 남자친구가 수시로 드나들 수 있고 밤을 지내고 가는 것도 허용된다.
외모, 성별, 성 정체성에 차별을 두지 않고 여성의 적극적 사회진출을 장려하는 미국의 여자대학교는 문화적 다양성을 표방해 유학생들에게도 대단히 개방적인 것이 특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