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오바마의 노벨상급 두통거리'라는 제목의 표지기사가 실렸다. 작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이 연일 정부 경제정책에 대해 혹독한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 오바마 정부가 곤혹스러워한다는 내용이었다. 크루그먼은 오바마 정부의 은행 부실자산 정리계획이 "쓰레기에 돈을 퍼붓는 정책"이라고 했다. 주요 금융회사의 생존능력을 평가한 이른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대해선 "사기극에 가깝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크루그먼은 '타고난 반골(natural rebel)'이다. "너무 거리낌이 없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직설적이다. 지난 3월엔 재정적자를 걱정해 추가 경기부양을 거부한 독일 재무장관을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얼간이(bonehead)"라고 조롱한 일도 있다. 최근엔 중국을 방문해 네 차례 강연하면서 "중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와 외환보유액은 위안화 환율조작으로 이뤄진 것"이라며 중국을 '트러블 메이커'라고 비판했다.

▶부시 정부 때도 크루그먼은 끝없이 독설을 퍼부어댔다. 그는 뉴욕타임스 칼럼과 저서에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경제를 망가뜨리고, 가진 자만을 위하고, 죄 없는 사람들을 감금·고문하고 있다"며 부시 정부를 악마집단처럼 묘사해왔다. "진보주의를 실천하려면 당파성을 띠어야 한다"며 노골적인 '반정부' 선동에 나섰다.

▶그래서 크루그먼에게는 적(敵)도 많다. 1999년 뉴욕타임스에 칼럼을 쓰기 시작한 뒤 연구보다 정치적 선동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미 10년 전에 죽은 경제학자"라고 깎아내리는 사람들도 있다. 전공분야가 아닌 정치와 국가안보 문제를 자주 거론하는 데 대해서도 말이 많다. 그러나 그가 오래전에 예견했던 경제위기가 터지고, 노벨 경제학상의 후광까지 더해지면서 요즘 그의 성가는 하늘로 치솟고 있다.

▶크루그먼은 스스로를 '타고난 비관론자'로 부른다. 민주당 지지자인 그가 오바마 경제정책을 비판하는 것도 최악의 상황을 염두에 두는 그의 성향과 무관치 않다. 그제 서울서 열린 국제회의에서도 "세계 경제는 이제 막 중환자실을 나왔을 뿐"이라며 다시 한번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그렇다면 언제쯤 이번 위기가 끝날 것인가. 뉴욕타임스 웹사이트에 있는 그의 블로그에 올라온 네티즌 논평에서 힌트를 얻을 수도 있다. "크루그먼이 더 이상 온 사방에 출현하지 않을 때 우리는 경제위기가 끝났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