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세청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이자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등이 거액의 대가를 받고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벌였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천 회장이 세무조사 축소와 검찰 고발을 막아달라는 박 전 회장 부탁을 받고 국세청 등에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을 상당 부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천신일 세무조사 초반부터 개입
검찰에 따르면,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의 구명 로비에 직접 뛰어든 것은 작년 7월 말 서울국세청 특별세무조사 직후인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회장이 자신의 '의형제'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친구인 천 회장을 세무조사 무마 로비의 최적임자로 우선 떠올렸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박 전 회장이 아무런 대가 없이 천 회장에게 청탁을 한 것은 아니었다. 박 전 회장은 2003년부터 자신과 태광실업과 정산개발 등 계열사들이 천 회장의 세중게임박스(현 세중아이앤씨)에 25억원을 투자해 큰 손실이 발생했으나, 박 전 회장이 투자손실분 수억원을 회수하지 않는 방식으로 대가를 치른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다른 투자자들은 천 회장 측으로부터 투자 손실분을 돌려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 전 회장은 작년 8월 대한레슬링협회 부회장 자격으로 당시 협회장이었던 천 회장과 함께 올림픽이 열리던 베이징으로 출국했으며, 베이징 체류기간중 국세청의 소환 통보에 불응하고 자신의 사업기반이 있는 베트남으로 건너가 한동안 머물렀다.
천 회장은 세무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박 전 회장을 구하기 위해 국세청과 정치권 인사들을 잇달아 접촉했다. 검찰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검찰에 고발된 직후까지 '세금만 내면 될 것'이라고 큰소리 치고 다닌 것은 천 회장 등을 통한 로비가 먹혀들 것으로 확신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천 회장과 박 전 회장의 사돈인 김정복 전 중부국세청장과 철저하게 역할을 분담해 로비를 벌였다는 것이다. 천 회장은 주로 당시 한상률 국세청장과 정치권 인사들에 대한 '고공로비'를 맡았고, 김 전 청장은 서울국세청의 세무조사 실무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회장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이종찬 변호사에게도 도움을 청한 데 이어, 추부길 전 청와대 비서관을 통해 이상득 의원과 정두언 의원에게 접근하기도 했다.
◆"한상률 전 청장이 의미 있는 진술"
홍만표 기획관은 이날 "미국에 체류 중인 한 전 청장이 보내온 서면 진술서에서 의미 있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박 전 회장의 세무조사 무마 로비 의혹과 관련해 한 전 청장이 의미 있는 진술을 했다면 결국 천 회장의 사법처리에 결정타가 될 만한 진술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검찰 안팎의 해석이다.
천 회장의 알선수재 혐의를 밝히려면 박 전 회장에게서 청탁과 함께 금품 등 경제적 이득을 얻었는지는 물론 실제로 국세청 간부 등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가 규명돼야 하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직무와 관련해 알선을 대가로 금품이나 이익을 취하는 것은 물론 요구한 것만 밝혀져도 알선수재죄가 성립하기는 하지만 천 회장이 박 전 회장의 부탁에 따라 구명 로비에 나섰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당사자가 부인하더라도 혐의 입증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