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맨유 지휘봉을 잡은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축구종가'의 신화다. 23년의 역사는 환희로 점철된다.
1888년 잉글랜드 클럽 축구가 세상에 나온 이후 퍼거슨 감독보다 더 화려한 감독은 없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11회 우승, 유럽챔피언스리그 2회 우승 등은 기적에 가까운 대기록이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빚을 안고 산다. 특히 박지성만 떠올리면 가슴이 아프다. '산소탱크'는 지난해 AS 로마(이탈리아)와의 8강전,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4강전 4경기(홈앤드 어웨이)에서 풀타임을 소화하며 팀을 결승에 올려놓았으나 정작 피날레 무대에서 버림받았다. 그러나 올해는 결코 이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다시 한번 단언했다.
퍼거슨 감독이 19일(한국시각) 맨유 올해의 선수 시상식에서 박지성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시했다. 28일 오전 3시45분 이탈리아 로마에서 벌어지는 바르셀로나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그 빚을 갚겠다고 했다.
인삿말을 하기 위해 단상에 오른 퍼거슨 감독은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화제에 올렸다. 그는 "이번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도 몇 명이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돼 실의에 빠질 것이다(There are obviously going to be several players left disappointed)"며 "하지만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도 결승에 뛸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 바라건대 이들이 결코 실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럽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결승에 진출할 수 없었을 것(Hopefully the ones who don't make it will remember we wouldn't have reached the final without their contribution and each and every one who has played in the competition should remember they are as deserving as those selected for the final)"이라고 밝혔다.
그리고는 박지성을 향해 시선을 돌린 후 지긋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박지성은 제외 대상이 아니라고 공언했다. 올초 "박지성을 뺀 것은 내가 감독에 오른 후 내린 결정 가운데 가장 힘든 것이었다"고 했던 그 고백이 그대로 투영됐다.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의 선발 여부는 정해지지 않았다. 여전히 선발 진용을 어떻게 꾸릴지는 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올해 최종엔트리에서 빠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지난해 그를 제외시켰을 때 가슴이 찢어졌기 때문(Whether he starts, I still have to make that big decision about what the team is going to be, but he will not be left out this time because it almost broke my heart last year)"이라며 "박지성은 충분히 결승 명단에 포함될 자격이 있다. 그는 올시즌 환상적인 활약을 펼쳤다(He deserves his place in the squad. He's been fantastic for us)"고 강조했다.
지난해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을 원망해야 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 석상에서의 화끈한 발언으로 상처는 깨끗이 치유됐다. 남은 것은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출전 실현이다. 18일 꿀맛같은 휴식을 가진 박지성은 19일 꿈의 피날레 무대를 향해 진군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