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서울 명동처럼 관광객이 많은 곳에 마스크를 쓴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대부분이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리지 않기 위해 예방 차원에서 쓴 일본인이었다. 마스크의 효과를 두고 전문가마다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인들이 마스크에 집착하는 이유는 뭘까.

일단 일본 보건 당국의 정책이 기본적인 이유다. 일본 후생 노동성은 예방을 위한 방법으로 "마스크를 쓰고 손을 비누로 깨끗이 닦아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고 지키기를 권유하고 있다. 문제는 충고나 홍보의 정도다. 이 충고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반복된다.

공항·항구는 물론 사람이 조금이라도 모이고 방송 가능한 곳에서는 "집에 돌아가면 비누로 손을 닦고 가능하면 마스크를 쓰라"는 말이 스피커를 통해 반복적으로 흘러나온다. 특히 일본의 '골든 위크'와 신종 인플루엔자 발생 시기가 맞물렸기 때문에 홍보는 더 강하게 이뤄졌다. '골든 위크'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연휴(連休)가 계속되는 기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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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요한 만큼 보건 당국의 방역이 체계적인 측면도 있다. 일본 보건 당국은 "의심이 들면 보건소나 병원으로 가지 말라"고 한다. 신종 인플루엔자에 걸린 사람이 그냥 보건소로 왔다고 치자. 오는 동안 버스나 지하철이라도 탔다면 병을 퍼뜨릴 수 있다. 올 때도 대중교통 아닌 수단을 이용해 마스크를 쓰고 오라고 한다.

일본인이나 민간 회사들도 이런 조치를 잘 따르고 있다. 일본의 모 회사 직원 A(30)씨는 이달 초 한국에 들어갔다가 회사로부터 국제전화를 받았다. "고열이 혹시 나는지 매일 회사로 전화해주고 일본에 와서도 1주일 정도 쉬었다 출근해달라"는 내용이었다. A씨는 "알고 보니 그 시점에서 신종 인플루엔자가 발생한 국가에서 돌아온 모든 사람에게 비슷한 요구를 했더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로 꼽히는 것은 일본인들이 워낙 마스크랑 친하다는 것이다. 얼핏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실이 그렇다. 일본에는 삼(杉)나무 알레르기 환자가 워낙 많다. 2월 중순부터 4월 하순까지 증세가 심해지는데, 이때는 삼나무의 꽃가루가 날리는 시기다. 황사 경보처럼 꽃가루가 많은지 적은지에 대한 예보도 나온다. 삼나무 알레르기는 1970년대 이후 확산됐다고 한다. 증상은 콧물이 나고 눈물이 나며 재채기가 나는 것이다. 삼나무 꽃가루가 날릴 즈음에는 거리는 물론이고 사무실 안에서도 마스크를 쓴 채 일을 하는 사람들이 셀 수 없이 많다.

일본에서는 민원서류 받는 창구직원도 마스크를 쓴다. 일본에서는 자연스러운 풍경이다. 시기적으로 보면 마스크를 더 안 써도 되는 시기가 오기 전에 신종 인플루엔자가 퍼졌다. 원래 마스크를 쓰던 일본인이라면 사놓은 마스크를 장에 넣지 않고 그냥 쓰면 되는 상황이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