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결정이 늦춰질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검찰 수사가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박연차 회장 구명(救命)을 위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여권(與圈) 상대 로비 의혹에 수사력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11일 브리핑에서 "이 문제로 소용돌이치도록 주 후반까지 조사를 많이 해둘 것"이라고 했다. 천 회장 처벌을 전제로 한 수사는 다음주 중 천 회장 소환이 이루어지면서 피크에 이를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3월 중순 '박연차 게이트' 수사의 서막(序幕)격이었던 정·관계 로비 수사도 재개한다. 3월 말까지 이광재 민주당 의원 등 6명을 구속기소하면서 내달리는 듯했던 이 부분 수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뇌물수수 혐의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대검 관계자들은 "반팔 입을 때까지…"로 예고됐던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이제 반환점을 돈 상황이며, 6월 말까지 이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유는 두 가지 정도다.

우선 '노무현 600만달러 문제'가 수사 초기에 돌출하면서 원래의 수사 일정이 헝클어졌다고 검찰은 말하고 있다. 당초 검찰은 '정·관계 로비→검찰 내부 연루자→천 회장 등 여권 핵심→노 전 대통령 600만달러'의 순서를 생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정·관계 로비 수사가 절반쯤 진행된 상황에서, 채 익지도 않은 '600만달러'가 외부로 공개돼 버렸다는 것이다.

때문에 검찰은 한때 누군가 이를 의도적으로 흘린 것이란 의심까지 품었다고 한다. 수사팀은 드러내놓고 말하지 않지만, 여기서 '의도'란 수사가 검찰 내부나 여권을 겨냥하는 것을 방해하려 했다는 얘기다.

검찰 관계자들은 "박연차를 복제할 수 있다면…"이라는 말을 푸념처럼 주고받는다고 한다. 네 갈래의 수사테마가 모두 박 회장의 진술에서 출발하는 까닭에, 동시다발적으로 수사를 진행하기가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논리다.

한편 검찰 내부에선 노 전 대통령 신병처리 결정은 천 회장 등 여권수사와 병행하거나 이후에 내리는 것이 옳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천 회장의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노 전 대통령 신병처리 결론이 발표되면 정치적 논란에 휘말릴 수 있고, 여권 수사는 물론 검찰 내부 수사에도 영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정이 이미 늦어진 만큼 여론에 떠밀리는 모습보다는, 권양숙 여사 재조사 등 수사의 필요충분 조건을 다 갖추고, '수사논리'에만 입각해 결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검찰의 한 고위인사는 이와 관련, "각본 짜놓고 하는 것 없다"며 "검찰을 믿고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법조계 일각에선 "천신일을 제물로 삼아 '우리도 나름대로 균형을 맞췄다'고 하려는 것 아니냐"며 "노 전 대통령 신병처리도 여론의 김을 빼기 위한 시간 끌기에 급급한 인상"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