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지방국세청 압수수색 과정에서 '박연차 리스트'의 원본(原本)을 확보하면서, 검찰 내부 연루자들에 대한 수사도 곧 본격적으로 시작될 전망이다.

검찰은 박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은 전·현직 검찰 간부 관련 수사에 대해 그간 "계속 수사하고 있고 언론에 제기된 의혹을 모두 규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해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로 인해 밖으로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검찰 내부관계자들은 적어도 6~7명에 달하는 전·현직 고위 간부들에 대한 수사가 야기할 검찰 조직의 충격에 대한 우려 등으로 인해 이 부분 수사는 일찌감치 '후순위'로 밀려 있었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 박연차 회장의 진술만 있을 뿐, 관련자들에 대한 소환조사 등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고민은 또 있다. 박 회장은 3월 초 자신이 돈을 준 전·현직 검찰 관계자들의 이름을 진술하면서도, 대부분 "대가 없이 준 돈"이라고 했다고 한다. '떡값'이나 '전별금' 수준을 넘는 거액이 오간 경우도 있었지만, 대가관계가 분명치 않을 경우엔 형사처벌이 쉽지 않고, 그렇다고 '내부 징계'로 끝냈다가는 여론의 비판을 감당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하지만 박 회장의 검찰 커넥션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기록된 것으로 알려진 자료들이 이번에 수사팀에 확보되면서, 검찰과 박 회장의 오랜 악연(惡緣)을 끊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과 검찰의 악연이 시작된 것은 19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 2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연예인 마약 매춘 사건에 연루됐던 박 회장은 수사망을 피해 도주했다가 부산 동부지청에 구속됐다.

박 회장은 지금은 현직 검사장이 된 당시 수사검사에게 따끔하게 훈계를 받고 마음을 잡으면서, 이 검사장을 '은인(恩人)'으로 대접했다고 한다.

하지만 순수했던 관계가 부적절한 사이로 바뀌면서 이 현직 검사장은 박 회장에게 불법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박 회장에게 변호사 사무실 임대료 5억원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이종찬 전 청와대 민정수석(고검장 출신)도 "젊은 혈기에서 맺었다"던 박 회장과의 인연이 악연으로 바뀔 처지다.

박 회장이 1999년 부산·경남 지역 검찰 간부들의 회식자리에 끼어들었다가 당시 창원지검 차장이던 김성호 전 국정원장과 다투자, 둘을 화해시키려 한 사람도 이 전 수석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