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혈’로 소문난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일부 팬들의 빗나간 행태들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일부 몰지각한 관중들이 경기장에 난입해 추태를 부리고 원정팀 선수단 버스에 소주병을 투척하면서 부산 사직구장은 ‘자랑스러운 구도(球都)의 심장’에서 ‘낯뜨거운 난장판’으로 변해버렸기 때문.

롯데 자이언츠와 SK 와이번스가 지난 6일 2대2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던 7회 초 사직구장. 롯데 팬의 ‘공적(公敵)’이 된 SK 박재홍(36)이 타석에 들어서자 갑자기 관중 박모(35)씨가 1루 내야석 펜스를 넘어 그라운드 안으로 난입했다. 롯데 자이언츠 점퍼를 입은 박씨는 장난감 칼을 박재홍에게 던진 뒤 1루 내야석을 향해 두 팔을 들어올리며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안전요원과 경찰이 박씨를 끌어냈지만 한번 들끓기 시작한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3대6으로 롯데의 패색이 짙어지자 9회부터 그라운드에 물병이 나뒹굴기 시작했다. ‘열받은’ 롯데팬들이 던진 오물을 치우느라 경기는 다시 한번 중단됐다.

경기가 끝난 뒤에는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오후 9시 45분쯤 사직구장을 떠나 숙소로 돌아가려던 SK 선수단 버스에 소주병과 돌멩이가 날아들어 버스 왼쪽 유리창이 깨지고 일부 선수와 코치가 물병에 맞는 일이 발생했다. 취재기자들도 카메라를 들고 대피할 만큼 아찔한 순간이었다. SK 측은 손실부분에 대해 피해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경찰에 전했다.

전날인 지난 5일에는 만취한 롯데 팬이 귀가하려던 SK선수단의 길을 막고 욕설을 퍼붓다가 이를 제지하는 의경을 폭행해 경찰에 입건되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롯데 팬은 지난 2006년에도 경기장에서 다른 관중을 폭행한 경력이 있는 ‘상습범’이었다.

일부 롯데 팬들의 빗나간 행태의 발단은 지난달 23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롯데-SK전에서 비롯됐다. 롯데 주장 조성환(33)이 SK 투수 채병룡(27)의 공에 맞아 실려나가는 사고가 발생했고, 공수 교대 이후 박재홍이 김일엽(29·롯데)의 위협구에 항의하다가 이를 말리려던 공필성(42·롯데) 코치에게 욕설을 하는 듯한 상황이 연출됐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박재홍과 SK 선수단이 먼저 공필성 코치와 롯데 선수단에게 공식사과를 했지만, 롯데 팬들은 “5월 초 사직구장 홈경기 때 원한을 갚겠다”고 별렀다. 결국 5일과 6일 사직구장에선 잇따라 불상사가 발생했다.

지난 시즌까지 롯데 팬들은 독특한 응원문화와 열정적인 야구사랑으로 다른 팀 선수들과 팬들의 부러움을 받았다. 1999년 이후 9년 만에 롯데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면서 13년 만에 KBO 전체 관중 500만명을 돌파해 “롯데가 살아야 프로야구가 산다”라는 말을 확인시켜 주기도 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6일 SK와의 경기에 패하면서 롯데는 9승 19패로 8개 구단 중 유일하게 한자리 승수에 머물러 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진 SK에는 15연패를 기록 중이다.

한 네티즌은 “롯데를 사랑하고 아끼는 팬으로서 실망스럽다”며 “그런 무모한 행동은 선수단 전체에 역효과를 낼 수도 있으니 자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 팬인 김모(25)씨도 “물병을 던지고 그라운드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팬이 아니라 술 취한 난봉꾼일 뿐”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흥분을 가라앉히고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