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는 4일 임채진 검찰총장에게 노무현·박연차 커넥션 수사결과를 보고하면서, 이번 사건을 '전직 대통령과 그 가족이 재임시절 지원해 준 기업인에게서 부정한 금전을 받고, 그 과정에서 청와대와 국정원까지 개입한 권력형 비리'로 규정했다.
◆100만달러에 국정원 개입
'노무현 코드'에 충실했던 사람이라는 평을 듣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은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2007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유학하던 건호씨가 살 집을 알아봐 준 것으로 조사됐다. 국가중추기관인 국정원과 청와대 핵심인사가 대통령 아들의 '집사' 역할을 한 것이다.
김 전 원장은 또 국정원 현지 직원들로부터 보고를 받아, 유학생 신분의 건호씨가 벤처투자를 하는 등 씀씀이가 컸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검찰은 이 같은 김 원장의 움직임을 노 전 대통령 부부도 알고 있었으며, '100만 달러의 존재'를 부인하는 노 전 대통령의 진술이 거짓임을 입증하는 근거라고 판단하고 있다.
박 회장은 2007년 6월 노 전 대통령에게서 "아들에게 줘야 하니 돈을 마련해 달라"는 얘기를 듣고 돈을 줬다고 진술했다. 당시 박 회장은 직원을 130명이나 동원해서 사흘 만에 현금 10억원을 100만달러로 환전하는 '소동'을 벌였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 출두해서도 "집(권 여사)에 물어보겠다"며 함구하면서 검찰은 '100만달러' 전달경로와 사용처를 완전히 밝혀내지는 못했다. 노 전 대통령측은 당초 "100만달러 사용처를 조만간 정리해 제출하겠다"고 했다가, 최근엔 "권 여사가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다"면서 차일피일하고 있어, 제출을 하지 못하는 다른 이유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가시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송금'과정에 국정원이 개입한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500만달러는 노무현 패밀리 비즈니스 종잣돈?
'사업가'로 변신을 모색했던 건호씨는 스탠퍼드대 MBA 동문인 정모(40)씨가 2007년 12월 설립한 IT벤처기업인 '오르고스'를 통해 노 전 대통령이 개발한 인맥관리 소프트웨어인 '노하우(KnowHow) 2000'을 상품화하려 했던 것으로 검찰수사결과 드러나고 있다. 건호씨의 오르고스 투자 등은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에 따른 박연차 회장의 '500만달러 자금 지원'으로 성사됐다고 검찰은 결론 내렸다.
검찰에 따르면 박 회장은 2007년 12월 건호씨와 연철호(36)씨를 만난 뒤에, 정상문 전 비서관에게 "돈을 줘도 되느냐"고 물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에게 "아들과 조카사위를 도와주라"는 요청을 받고, "애들에게 돈을 줬다"는 것이 박 회장의 검찰 진술이다.
노 전 대통령은 박 회장에게 자금 지원을 요청했을 뿐 아니라, 자신의 노트북에 담겨 있던 '노하우 2000' 프로그램을 오르고스사에 보내는 등 건호씨 등이 박 회장 돈으로 벌인 '패밀리 비즈니스'에 동참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건호씨는 그러나 2008년 9월쯤 '비즈니스 구상'을 접고, 대기업 미국 주재원으로 복귀했다. 2008년 7월 말 시작된 박 회장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가 계기가 됐고, 이는 검은돈 거래를 숨기기 위해서라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