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 버락 오바마(Obama) 미 대통령에게 요즘보다 더 골치 아픈 날들이 있었을까.

경제위기 외에도 과거 CIA(중앙정보국)의 가혹한 신문(訊問) 방식 공개로 인한 논란, 탈레반의 세력 확장, 소말리아 해적의 준동, 북한이란의 핵 도발, 돼지 인플루엔자의 발병으로 인한 비상사태 등 골칫거리가 쌓여 있다.

이런 그에게 뉴욕타임스(NYT)는 26일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Shakespeare)의 희곡 작품 속에서 도움을 받으라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街) 은행가들의 과도한 보너스를 문제 삼고 싶으면, '헨리 4세'에 나오는 "약간보다 조금만 많아도 과도한 것"이란 대사를 인용해 경고할 법하다는 얘기다.

또 기자회견에서 누군가 '정말 경기가 회복되는 거냐'고 묻는다면 "내 개한테 물어보세요. 개가 그렇다고 하면 그렇게 될 것이고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될 겁니다. 개가 꼬리를 흔들며 짖지 않아도 그렇게 될 겁니다"라고 답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 대사는 '베로나의 두 신사'에 나오는 문구로, 경기 회복에 대한 오바마의 자신감을 유머 있게 표현하기에 좋다.

아프가니스탄에 미군을 증파할 때 군 지도부에 던질 충고로는 '헨리 5세'에 나오는 "전쟁에선 적이 겉모습보다 더 강력하다고 평가하는 게 최선"이라는 대사가 적당할 것이다.

이 밖에도 오바마가 셰익스피어로부터 빌릴 표현들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정작 오바마가 아직 본격적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인용하지 않은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NYT는 보도했다.

특히 오바마가 에이브러햄 링컨(Lincoln) 전 대통령을 자신의 역할 모델로 설정하고, 주요 연설 때마다 링컨의 연설을 참고한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렇다. 링컨이야말로 미국 역사상 셰익스피어를 가장 숭배하고 그의 작품을 자주 인용한 대통령이기 때문.

링컨은 백악관에 셰익스피어 전집을 갖다놓고 손에서 떼지 않았다. 수많은 연설에 셰익스피어의 대사를 인용했다. '맥베스'에 나오는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내일"이란 표현은 연설에 수도 없이 썼고, '햄릿'의 명대사 "죽느냐 사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보다 아끼는 표현이 있다고 할 정도로 햄릿을 깊이 이해했다. 링컨은 셰익스피어를 '지혜를 상담하는 현인(賢人)'이자 '신념을 공유하고 위안을 찾는 목사' '친구'로 여겼다고 NYT는 전했다.

셰익스피어를 사랑한 역대 대통령들은 링컨뿐이 아니다. 2대 대통령 존 애덤스(Adams)와 3대 대통령 토머스 제퍼슨(Jefferson)은 셰익스피어를 너무 숭배한 나머지 1786년 영국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의 셰익스피어 생가(生家)를 순례하기도 했다. 존 F 케네디(Kennedy)는 백악관에서 셰익스피어 작품 공연을 주최했고, 로널드 레이건(Reagan)은 "내일 또 내일 그리고 내일"이란 표현을 연설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