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에서 시작돼 확산조짐을 보이고 있는 '돼지독감(swine influenza)'의 영어 표현을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돼지라는 뜻의 'pig' 대신 'swine' 이라고 쓰는 이유가 뭔가요?

― 경기 안양시 독자 이승묵씨

이지혜 사회정책부 기자

A: 의학용어를 라틴어 등에서 유래한 말로 표현한 것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의학용어이기 때문입니다. 질병 이름에 해당하는 의학용어나 학명(學名)은 라틴어 등에서 유래한 어렵고 고상한 단어를 골라 쓰는 경향이 영어에도 있습니다. 우리말에서도 학술용어나 전문용어로 한자어나 문어체 표현이 많이 쓰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일상적으로 돼지를 일컫는 'pig'라는 단어보다는 라틴어 sus에 뿌리를 둔 고대 영어 'swin'에서 유래한 'swine'을 쓰는 것입니다.

인플루엔자(influenza)라는 단어 역시 라틴어 influentia에서 유래했습니다. 그러니 pig influenza보다는 'swine influenza'가 자연스럽습니다. 우리한테 '새 독감'이라는 용어보다는 '조류독감'이 더 학문적이고 자연스럽게 들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입니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pig flu'라고도 씁니다. 인플루엔자를 쉽게 줄여 쓰는 flu라는 단어와는 pig를 써도 무방하다고 느끼는 모양입니다.

조류독감(avian influenza)에서 새를 뜻하는 'bird' 대신 'avian'이라는 다소 어려운 단어를 쓰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avian은 라틴어 avis에서 유래한 단어죠. 편한 일상 용어로는 'bird flu'라고도 흔히 씁니다.

이런 표현은 동물과 관련된 다른 단어에서도 나타납니다. 광견병을 'dog madness'라 하지 않고 'canine madness'라 하고, 말은 'horse' 대신 'equine'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canine이나 equine 모두 각각 라틴어 caninus와 equinus에서 유래한 단어입니다.

질병관리본부 전병률 전염병대응센터장은 "닭고기나 돼지고기 소비 급감을 막기 위해 조류독감과 돼지독감을 각각 우리나라에서만 AI, SI로 줄여 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