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가평군이 지난해 국가정보원과 경찰, 언론 등에 '촌지'로 보이는 돈을 3000만원 가량 제공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겨레가 27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지난 26일 시민단체인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가 가평군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건네받은 ‘2008년 기관운영 및 시책추진 업무추진비 지출내역’을 보면, 가평군은 지난해 국정원 담당 직원과 경찰 간부, 중앙·지방 언론사 기자 등 30여명에게 20만~50만원의 촌지를 각각 1~6차례에 걸쳐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건넨 돈을 모두 더하면, 현금만 3000만원이 넘는다.

국정원 직원이나 경찰서 정보과 간부 등에겐 ‘군정 협조자 격려금’이라는 명목으로 촌지가 건네진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 지역의 당시 국정원 조정관 B씨는 30만~50만원씩 6차례 돈을 받고, 양주도 한 차례 선물받은 것으로 지출 내역에 나온다. 그러나 이 조정관은 이에 대해 “처음 듣는 얘기로, 내 이름이 왜 올라 있는지 모르겠다”고 부인했다.

가평군청 관계자는 "상대가 먼저 요구한 건 없지만 (가평까지) 거리가 멀고 식사라도 하라고 챙겨 드렸다"고 밝혔으나, 나중에는 "군수님이 손님들한테 전달하는 지역 특산물을 현금으로 구입하다 보니 다른 이름으로 회계처리한 것이며, 국정원 조정관과 중앙언론사 기자한테 촌지를 건넨 적이 없다"고 번복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경찰의 경우 관할 가평서의 여러 직원과 경기지방경찰청 관계자 등에게 군정업무 및 정보교류 협조자 등의 명목으로 촌지가 제공됐다. 특히 가평서의 다른 한 간부는 지난해 14차례에 걸쳐 400여만원을 받은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간부는 “11번은 군청 행사 뒤 직원 회식 비용으로 쓰였고, 나머지 60만원 정도만 기름값 정도로 받았다”고 해명했다.

언론사 기자들에겐 ‘군정홍보 협력자 격려금’이라는 이름으로 설과 추석, ‘신문의 날’(4월7일) 등에 20만~50만원이 건네졌다. 돈을 받은 사람들은 대개 지방지 주재기자들이나 지방 방송사 관계자들이었지만, 중앙 일간지와 공중파 방송사 기자들도 ‘리스트’에 있었다. 이름이 거론된 한 중앙 언론사 기자는 “취재 뒤 식사한 걸 그렇게 처리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촌지를 받은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