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사 특정 임원은 탤런트 장자연(29)씨 자살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사실이 42일간의 경찰 수사 끝에 확인됐다.
장씨 자살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은 24일 중간 수사 발표를 통해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은 장씨 사건과 전혀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무혐의 불기소 처분한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씨가 남긴 문건에 본사 특정 임원이 언급돼 있는 것은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모(40)씨가 장씨에게 '제3의 인물'을 본사 특정 임원인 것처럼 소개했거나 '제3의 인물'이 본사 특정 임원을 사칭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도 아니면 장씨나 김씨가 다른 인물을 본사 특정 임원으로 착각했거나 잘못 기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통화내역 5만1161건 조사
경찰은 본사 특정 임원이 이 사건과 관련돼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자들의 전화 통화내역을 샅샅이 훑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장씨의 전화기 3대와 소속사 대표 김씨 전화기 3대의 1년치 착·발신 통화내역 5만1161건을 모두 조사했다.
본사 특정 임원의 전화 통화내역도 조사했다. 여기에 더해 본사 특정 임원이 김씨의 주변 인물을 통해 김씨나 장씨와 접촉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김씨 주변 인물의 통화내역까지 조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은 "(본사 특정 임원과는) 단 한건의 통화도 없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나아가 '장씨 문건'에 본사 특정 임원이 접대를 받은 시점이라고 적시돼 있는 2008년 9월 한달간의 본사 임원의 전체 행적과 통화내역을 조사한 결과도 장씨와 무관함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본사 임원, 알리바이 완벽히 증명
경찰은 특히 두 가지 단서를 통해 본사 특정 임원이 이 사건에 관련돼 있을 가능성을 수사해왔다고 밝혔다. 하나는 2008년 9월은 아니지만 김씨의 일정을 적은 2008년 7월 17일자 다이어리에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 오찬'이라고 적힌 메모이고, 다른 하나는 김씨의 컴퓨터에 보관돼 있는 주소록에 '박○○씨(조선일보사 특정 임원 소개)'라고 적혀 있는 내용이다.
경찰은 "상당한 관련성이 있을 것이라고 의심하고 집중적으로 수사했으나 두건의 단서 모두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먼저 김씨가 본사 특정 임원과 오찬을 했다는 2008년 7월 17일 해당 임원은 서울 L호텔의 한 식당에서 열린 모 재단 이사회에 참석해 이사 10여명과 오찬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이사회에 참석한 다른 이사들과 재단 관계자들을 통해서도 이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휴대전화 위치 추적 결과를 통해서도 본사 특정 임원의 알리바이가 입증됐다. 위치 추적 결과, 본사 특정 임원은 이날 낮 12시~오후 1시30분 사이 서울 중구 소공동 L호텔 주변에 있었고, 김씨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두 사람이 전혀 다른 위치에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본사 특정 임원이 김씨에게 소개했다는 박모씨에 대한 수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박씨와 본사 특정 임원은 서로 알지도 못하는 사이였다. 두 사람의 통화내역을 조사해봐도 통화한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김씨가 작성한 주소록과 스케줄표 내용 모두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의 일정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며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의 알리바이가 분명하게 증명됐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런 수사결과에 따라 "조선일보 특정 임원은 확실하게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제3의 인물' 의심
경찰은 그런데도 본사 특정 임원이 장씨 문건에 언급된 것은 '제3의 인물'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은 '제3의 인물'과 관련, 네 가지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
①김씨가 장씨에게 제3의 인물을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이라고 소개 ②김씨나 장씨가 제3의 인물을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으로 오인·착각 ③김씨나 장씨가 문건이나 메모·주소록 등에 잘못 기재 ④제3의 인물이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을 사칭했을 가능성 등이다.
이와 관련, 경찰은 '제3의 인물'로 의심하는 대상이 있음을 내비쳤다. 김씨 주소록에 기재된 '박모씨(조선일보사 특정 임원 소개)'에 대한 수사 내용을 설명하며 "박씨는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은 알지 못한다'고 하고 통화 사실도 없었다"며 "대신 박씨가 다른 언론사 전직 대표와는 친목회원으로 간간이 만나거나 통화하는 점으로 미뤄 (다른 언론사 전직 대표를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으로) 잘못 기재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 '다른 언론사 전직 대표'는 장씨의 소속사 대표 김씨와도 잘 아는 사이다.
경찰은 "(일본에 있는) 김씨가 송환돼 오면 누가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을 사칭했는지, 또는 누구를 조선일보사 특정 임원으로 장씨에게 소개했는지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본사 특정 임원은 이번 사건과 관련한 최대 피해자 중 한명이다. 경찰 수사로 장씨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긴 했으나 42일 동안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인터넷 등에 떠돈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에 애꿎게 이름이 오르내렸다.
경찰은 중간 수사결과에서 밝혔듯이 본사 특정 임원으로 행세하거나 오인케 한 사람을 확실히 밝혀낼 때까지 수사를 계속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경찰은 철저한 추가 수사를 통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왜 장씨 문건에 오르내렸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