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로비 혐의로 구속수사를 받고 있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지난 198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부산 동구에서 국회의원에 첫 출마했을 때 "화끈하게 도와준 적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연차 회장의 변호를 맡고 있는 박찬종 변호사는 15일 KBS라디오 ‘안녕하십니까 민경욱입니다’에 나와 “박 회장이 노 전 대통령 형님(노건평.구속중)과 30대부터 친구로 사귀어 왔다”며 “88년에 노 대통령이 부산 동구에서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할 때에 그 형(노건평)이 ‘내 동생이 이번에 출마하는 데 좀 도와달라’고 해 그 때 화끈하게 도와준 일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당시 선거법에는 저촉이 안 되는 범위였느냐는 질문에 박 변호사는 “화끈하게 도와주라고 했기 때문에 그 말한대로 도와줘서 지금 그것 때문에 감옥에 구속되어 있지 않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이 발언으로 미뤄볼 때 당시 박 회장의 지원규모는 법적 상한선을 훨씬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노 전 대통령은 이때 국회의원에 첫 당선됐다. 하지만 박 변호사는 “박 회장이 그 당시에 ‘내 친구의 동생이 다음에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나 어떤 대가를 바라고 도와준 것이 아니다”라고 박 회장을 변호했다.

박연차 회장은 이후에도 노건평씨의 요청을 받아 지역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박 변호사는 말했다. 박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의 형이 ‘대통령이 속한 정당, 열린우리당의 경상남도 지사후보와 국회의원 후보, 김해지역 국회의원 후보에 대해서 좀 화끈하게 도와줘라’ 그렇게 말했을 때 누가 그 처지에 있더라도 안 도와줄 수 없죠”라고 말했다. 그는 “그게 대한민국이고, 대한민국의 풍습이고 대한민국의 기업풍토”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박 회장이 무슨 대가성을 바라고 한 것이 아니고 호의와 선의로 출발해서 이렇게 좀 나누어주기도 하던 것이 이렇게 전직 대통령까지 크게 문제가 된 것에 대해서 아주 힘들어한다”고 전했다.

박 회장 여비서의 다이어리에 뇌물 리스트가 적혀있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박 변호사는 주장했다. 그는 “국세청이 압수한 다이어리에 (박 회장이 정치인을) 만난 일시, 준 돈 금액을 빼곡이 썼다고 소문이 났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른 일”이라고 부인했다. 박 변호사는 여 비서의 수첩에 있는 명단이 이른바 ‘박연차 리스트’로 알려진 것에 대해 박 변호사는 “그런 게 따로 작성되어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박 회장이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과 현 여권 쪽에도 돈을 줬냐는 질문에 박 변호사는 “그런 구체적인 것에 대해서는 내가 모른다”며 “예의상 물어보지도 않았고 자칫 검찰 수사에 혼선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그 점에 대해서는 안 물어보고 모른다”고 했다.

박찬종 변호사는 최근 홈페이지에 “박연차 회장이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게 노 전 대통령이 모든 의혹을 밝혀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린 바 있다. 박 변호사는 “노 전 대통령과 저는 90년에 이른바 ‘꼬마 민주당’ 할 때에 아주 막역하고 절친한 동지였다”며 “퇴임 후에 이렇게 언론으로부터 지탄을 받는데다 구속된 박연차를 불쌍하게 생각을 한다면 ‘당신도 뭔가 할 말이 있지 않겠느냐’ 그런 포괄적이고 총괄적인 제 심경을 이야기 한 것”이라고 했다.

또 BBK의 김경준, 미네르바에 이어서 박연차 회장까지 화제의 사건을 변호하는 것이 정치 재개를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박 변호사는 “저는 현실정치에서 왕따 당해서 죽은 사람인데 이 나이에 무엇을 노림수가 있겠느냐”며 정계복귀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여전히 유권무죄, 유전무죄 풍토가 있고 법조계가 불신 받고 있어 아무 변호사나 함부로 나설 수 없는 그런 몫이 제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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