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전시관 기공식에서 인사말하는 김영삼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은 14일 1994년 당시 성사 직전까지 갔던 한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관련, 미군의 한반도 병력 증강 조치에 위기감을 느낀 김일성 전 주석이 당시 북한을 방문 중이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을 통해 회담을 제안했다고 증언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날 SBS 라디오 특별기획 `한국현대사 증언'에 출연해 "카터가 '김일성이 되게 겁을 집어먹고 있더라'고 했다. 김 전 주석은 미 군함 33척, 항공모함 2척이 동해에 있던 것을 전부 알고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김 전 주석이 카터에게 '이 위기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사람은 남한의 대통령인 김영삼 뿐'이라고 했다"며 "김 전 주석이 카터에게 '김영삼을 만나게 해달라고 했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회담 장소와 관련해 "당시 총리에게 회담 장소를 가지고 서울로 할거냐, 평양으로 할거냐를 한참 협상하다가 양보를 해주라고 했다. 평양도 좋다고 하라고 했다"며 "답방하는 문제는 확정짓지 말고 내가 평양갔을 때 결정하는게 좋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회담 내용을 청와대에서 비밀스럽게 지켜보고 있었는데 총리가 내 말을 잘못 알아들었는지 김 전 주석이 반드시 서울에 와야 한다면서 싸우고 있더라"며 "내가 급히 판문점으로 연락해서 이것(답방)은 이북에 가서 회담한 다음에 언제 서울에서 만나자고 폭을 남겨두라고 했다"고 술회했다.

그는 경호 문제와 관련, "김일성 경호원과 우리 경호실이 판문점에서 회담을 했다"며 "무장한 우리 경호원 두 사람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합의를 했다. 참 멋있는 합의였다"고 회고했다.

그는 당시 회담 의제에 대해 "핵 문제가 강 큰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며 "이북에서 핵 만든다고 했는데 여기서 먼저 비핵화를 선언했는데, 지금도 핵을 가지고 있으면 얼마나 강한 힘이 됐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회담을 앞두고 김 전 주석이 급사한 데 대해 "다음날 청와대에서 여성 대표들과 점심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보고를 들었다"며 "나하고 모든 것을 다 얘기하기로 했는데 아쉬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