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던 그들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습니다."
1985년 남중국해에서 조그만 목선에 의지해 표류 중인 베트남 난민(보트피플) 96명을 구한 전제용(全堤用·68·통영시 미수동)씨가 오는 13일 국회인권포럼(대표 황우여 의원)으로부터 '올해의 인권상'을 받는다.
전씨는 요즘 고향인 경남 통영 앞바다에서 멍게 양식장을 운영하며 24년이라는 긴 시간과 국경을 뛰어넘어 자신이 구한 보트 피플과의 소중한 우정을 이어가고 있다.
'광명87호'의 선장이었던 전씨가 보트 피플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85년 11월 14일 오후 5시가 지나 해질 무렵의 남중국해였다.
인도양에서 조업을 마치고 부산항으로 귀항하기 위해 광명 87호가 남중국해를 지날 무렵 3~4m의 높은 파도 속에서 표류하고 있던 한척의 목선이 눈에 들어왔다. 전씨는 처음에는 기름이나 의약품, 부식 등 필요한 물품만 제공하고 항해를 계속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상황은 훨씬 심각했다. 5t 남짓의 목선은 낡을 대로 낡아 언제 부서질지 알 수 없었고 기관고장으로 표류하는 배 안에는 쌀 한톨, 물 한 방울 남아 있지 않았다.
전씨는 구조를 결심했다. 처음 10여명 정도라고 생각했으나 어떻게 들어갔는지 신기할 정도로 배 밑바닥에서 수십명이 쏟아져 나오면서 모두 96명이나 됐다.
그해 11월 말 부산항에 입항한 뒤 전씨는 당시 안기부 등 관련 기관의 조사를 받느라 시달렸고 회사로부터 "집에서 좀 쉬고 있으라"는 해직 통보를 받았다. 보트 피플들은 부산 해운대구 난민 캠프에 1년 6개월여 수용돼 있다 미국 캐나다 등으로 뿔뿔이 흩어지면서 전씨와의 인연도 끝이 나는 듯했다.
그러나 베트남군 통역장교 출신으로 난민 중 리더격이었던 피터 누엔(65)씨가 2002년 자신이 근무하던 미국 LA의 한 병원에 함께 근무하던 한국인 여간호사에게 전씨를 찾아줄 것을 부탁, 이들과 다시 연락을 주고받다 2004년 LA에서 감격적인 재회를 한 뒤 10여명과 편지 등을 주고받으며 소중한 만남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의 인권상을 받는 전씨는 난민구호에 크게 공헌한 개인이나 단체에 세계난민의 날인 6월 20일 시상하는 'UN난센상' 후보로도 올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