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전방위(全方位)에서 포위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대검 중수부는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이 노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인 연철호(36)씨에게 500만달러를 건넨 사실을 확인한 데 이어, 재단법인 '봉하' 설립 추진 과정 등 노 전 대통령 퇴임을 전후해 이뤄진 금전거래 전반을 샅샅이 훑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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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전 대통령 겨냥, 십자(十字)포격

홍만표 대검 수사기획관은 2일 언론브리핑에서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이 추진한 대통령 재단 '봉하'를 둘러싼 자금 문제에 대해 "수사 내용이라 공개가 곤란하다"고 말했다.

재단법인 봉하는 노무현 정권 마지막 청와대 비서실장인 문재인 변호사 등 측근들이 주도해 설립을 추진 중이며, 지난 2007년 8월 박 회장과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상문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3자(者) 회동'을 갖고 재원(財源) 조달 문제를 상의한 사실이 최근 공개됐다.

검찰은 박 회장이 연철호씨에게 건넨 500만달러의 실제 주인이 노 전 대통령인지 여부에 대한 규명작업과 함께, 박 회장이 지난해 3월 갓 퇴임한 노 전 대통령에게 차용증을 쓰고 빌려줬다는 15억원에 대해서도 '대가성 자금'이라는 의심을 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15억원이 단순한 채권·채무 관계로 완전히 클리어(clear)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대검 중수부 수사팀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이 2007년 9월 노 대통령 사저(私邸)가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개발을 목적으로 설립한 ㈜봉화에 투자된 70억원과 관련해서도 "대전지검으로부터 수사상황을 보고받았고, 관심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조카사위가 운영하는 회사 사무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조카사위 연철호씨가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엘리쉬인베스트먼트가 입주해 있는 서울 종로구 신문로의 한 건물 22층 내부. 보이는 복도 안쪽에 엘리쉬인베스트먼트 사무실이 있다.

정상문·박연차·강금원 '3인방'이 핵심

노 전 대통령 퇴임을 전후해 주변에서 이뤄진 금전거래는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것만 최소 135억원이다. 노 전 대통령의 두 후원자인 박연차 회장에게서 나온 돈이 65억원, 강금원 회장에게서 나온 돈이 70억원이다.

검찰은 이뿐만 아니라 노 전 대통령이 퇴임을 즈음해 봉하마을 사저에 'e지원'이라는 첨단 컴퓨터시스템을 설치하는 데 사용한 비용의 출처, 정치토론 사이트인 '민주주의 2.0'을 개설하는 등 정치재개 준비 목적으로 조달한 자금은 없는지 등을 스크린하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정상문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막역한 친구인 정 전 비서관은 연철호씨의 부탁을 받고 박 회장에게 500만달러를 보내주라고 연락하고, 2007년 8월 박연차·강금원 회장과 재단법인 봉하 설립 자금 문제를 논의하는 등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를 준비하는 데 적극 개입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검찰은 특히 박 회장과 연씨 사이에 '500만달러'가 오가는 과정에서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청와대 총무비서관이었던 정 전 비서관이 개입한 점을 의심스럽게 보고 있다. 연씨는 박 회장 회사의 직원을 지내는 등 박 회장과 잘 아는 사이였고, 연씨의 해명대로 "개인사업에 투자금을 받은 것"이라면 굳이 정 전 비서관이 나설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수사팀은 "홍콩 사법당국에 요청한 APC 계좌 내역이 도착하면 500만달러의 성격이 규명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박 회장, 베트남 화력발전소 프로젝트 구명로비에도 활용

한편 박 회장은 지난해 자신에 대한 국세청 세무조사와 검찰 고발을 막기 위해 30억달러(약 4조1500억원) 규모의 베트남 화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 수주 문제를 활용했다고 주변인사들이 2일 증언했다.

검찰은 이 프로젝트 수주를 노무현 정권이 전폭적으로 지원한 대가로 박 회장이 500만달러를 건넸는지에 대해 수사 중이다.

박 회장 주변인사들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박 회장 세무조사와 검찰고발 무마를 위한 대책회의를 갖기도 했던 일부 인사들이 "만약 박 회장이 검찰에 구속되면, 국익에 큰 보탬이 될 수 있는 베트남 프로젝트가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면서 여권인사들에게 박 회장 구명(救命)을 호소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의혹이 있다면 확인해 보겠다"는 입장이어서, '박 회장 구명로비' 부분도 이번 수사에서 규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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