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축구의 포메이션(Formation·포진)은 4-4-2, 혹은 3-5-2 등의 상식적인 전술 개념으로는 설명하기 힘들었다. 굳이 말하자면 8-2이라고 해야 할까.
8명이 수비에 서고 정대세와 홍영조, 혹은 정대세와 문인국 2명만이 간간이 공격에 가담하는 양상이었다. 수비의 철벽을 쌓는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경우를 가리킬 것 같았다.
월드컵 본선 7회 연속진출을 노리는 한국의 꿈은 북한의 ‘초밀집 수비’를 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축구 국가대표팀은 쉴 새 없이 북한 문전을 향해 돌진했지만 후반 43분 첫 골이자 유일한 골을 성공시키기까지 진땀만 흘려야 했다.
한국은 1일 서울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2010년 남아공월드컵 B조 경기에서 북한의 극단적인 수비전략에 말려 고전한 끝에 1대0으로 겨우 이겼다. 이로써 5경기 3승2무승부를 기록한 한국은 승점 11점으로 B조 1위로 올라섰다. 6경기를 치른 북한은 3승1무2패로 승점 10점에 변화가 없었다.
한국은 경기시작 1분 만에 홍영조가 페널티지역 외부에서 벼락같은 중거리 슛을 날려 한국 문전을 위협했다. 이운재가 가까스로 다이빙해 쳐냈지만 가슴 철렁한 슈팅이었다.
이후 일방적인 한국의 공격과 필사적인 북한의 수비가 이어졌다. 북한은 일단 한국이 공을 잡으면 거의 전원이 수비지역으로 후퇴해서 ‘인의 장벽’을 쌓았다. 한국으로선 패스할 길을 찾기 어려울 지경이었다. 전반 23분 황재원의 헤딩이 골대를 벗어났고, 29분엔 이영표와 박주영으로 연결된 공을 박지성이 쇄도하며 슈팅하려 했지만 상대 수비진에 막혔다.
경기가 풀리지 않으면서 당황한 쪽은 오히려 한국이었다. 패스의 길이 죄다 막히자 선수들은 무리한 중거리 슛을 시도했고, 대부분 목표를 벗어났다.
후반 초반에 북한이 다시 반격에 나섰다. 시작 2분 만에 홍영조의 크로스를 정대세가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공은 거의 골라인을 넘어가는 듯했다. 하지만 이운재가 걷어내 골은 선언되지 않았다. 아찔한 위기상황이었다. 정대세가 다시 잡아 슈팅한 공도 황재원의 몸에 걸려 골로 연결되지 않았다.
허 감독은 황재원 대신 이정수를 넣어 수비진을 정비한 뒤 반격에 나섰다. 15분 박주영이 정면에서 날린 프리킥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 윗그물을 때릴 때는 관중석에서 탄성이 터졌고, 20분과 23분 이근호가 골지역 정면에서 날린 결정적인 슈팅도 모두 골키퍼 정면이었다.
기다리던 결승골은 후반 43분 터졌다. 교체로 들어간 김치우가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날린 왼발 프리킥이 북한 수비를 스치면서 그대로 북한 골문으로 들어갔다. 참으로 힘겨운 승점 3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