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블로

타블로(29)는 여전히 자신만만했다. 표정에는 자신감이 넘쳤고 사회적 이슈에 대한 답변 역시 거침 없었다. 27일 발매된 6집 앨범에 대한 확신도 여전했다. 올 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영화배우 강혜정과의 로맨스도 당당하게 밝혔다. 지난 11일 서울 청담동의 한 카페에서 타블로를 만났다.

◆타블로의 20대 이야기

타블로가 속한 그룹 에픽하이는 대학생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는 인기 힙합 그룹이다. 특히 기자가 볼 때 ‘주관’이 뚜렷한 대학생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얻고 있다. 그 이유를 먼저 물었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내 이미지나 이력(미국 스탠포드대 영문학 석사)영향이 있는 것 같다. 진정성 있는 가사의 영향도 있을 것 같고. 기분이 좋긴 한데 걱정도 된다. 점점 대학생들 중에 ‘자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으니까 우리의 팬 베이스도 줄어들 수도 있는 것 아닌가(웃음)”

그룹 에픽하이 왼쪽부터 타블로, DJ 투컷츠, 미쓰라 진

-당신의 20대는 어땠나?
"20대를 시작할 때 대학원을 졸업해 사회인이 돼버렸다. 무작정 달려들어 20대의 절반은 미친 듯이 음악을 만들고 또 실패하는데 썼다. 나머지 5년은 음악 때문에 얻게 된 사랑 때문에 정신 없이 활동했다. 하지만 20대에 몸과 정신 모든 것을 아낌없이 쏟아 부은 덕에 정리된 사상도 갖게 됐다."

그는 지금 MBC FM 라디오 DJ로 대중들과 만나고 있다. 그는 지난해 한 인터뷰에서 “라디오 DJ를 하는 이유는 누군가가 내 말을 들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때문”이라고 밝혔었다.

-20대의 나이에 왜 그렇게 소통을 갈구하나
"어렸을 때부터 얘기할 사람이 별로 없었다. 외톨이 스타일이었다. 외국에 주로 살았는데 인종차별이 심했다. 어떤 애들은 나를 벌레 보듯이 했다. 다행히 취미가 책 읽고 글 쓰는 거라 사람들과 부딪힐 일이 없었다. 지금도 대인관계가 별로 넓지 않다."

-인맥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불신이 느껴진다
"인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나 신문기사가 나왔을 때 그냥 웃었다. 인맥을 키우려면 사람이 간사해질 수밖에 없다. 그 시간에 자기 할 일을 하고 사랑하는 가족을 챙기는 게 낫다. 나는 인맥을 통해 피해본적은 있어도 얻어낸 것은 없다."

-라디오 DJ활동이나 음반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건가.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말을 하고 싶다. 또 사람들이 '성공을 해야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정말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당신이 어떤 상황에 있든 이미 가능한 일이다. '성공하면 이걸 할거다' 라고 말하면 이미 늦은 거다."

-당신은 유명한 가수여서 가능한 것 아닌가? 보통의 20대는 취업난에 힘겨워하고 있다.
"우리 아버지는 고아였다. 학교 다닐 때 맨발로 다니셨다고 한다. 그런 분이 내가 꿈꿀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게 해줬다. 환경과 조건은 전혀 상관이 없다. 어떤 세대나 역경은 있다. 자 보자. 사회적 문제가 있다면 도망치던지 바꾸던지 아님 적응 하던지 3가지 중의 하나를 해야 한다. 적응하면 할말 없다. 사회적 환경의 이유가 곧 당신이니까. 그리고 도망칠 곳도 별로 없다. 결국 바꿔야 한다."

-무엇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아도 누구나 지금 뭔가가 잘못돼 가고 있다는 것을 알 것이다. 그것을 느끼는 사람들끼리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함께 고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자면 에픽하이는 소속사와의 계약 종료 후 다른 기획사들로부터 10억원, 20억원에 영입 제안을 받았다. 하지만 난 0원을 선택했다. 미쳤다는 소리도 들렸지만 이건 꼭 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왜 직접 회사를 차렸어야 했나.
"가요 순위 프로그램을 보면 가수들은 어쩔 수 없이 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모든 게 경쟁구도다. 내가 하고 있는 건 다른 가수들과 확연히 다르다. 방식도 다르고 내용, 목표, 메시지도 다르다. 그런데 같은 (순위)차트를 통해 보여줘야 하는 게 답답했다. 우리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도전하고 싶었다."

자연스럽게 27일 발매된 에픽하이 6집 앨범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번 앨범은 책과 함께 묶어서 냈다. 에세이, 작업일기, 사진이 들어있다. 최고의 앨범이 나온 것 같다. 앨범뿐만 아니라 웹사이트 구성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서 죽을 것 같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남들이 2주 만에 만들어내는 CD(음반)와 똑같은 가격일 텐데(웃음).”

-과거 인터뷰를 찾아보니 “가수가 되고 싶은 사람은 본인이 음악을 하고 싶은 건지. 아니면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건지 자문해보라”고 말한 적 있다. 타블로 본인은 어떤가

“당연히 난 전자다. 진짜 열정적으로 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음악을 들으면 티가 난다. 음악을 진짜 좋아하는 사람은 가수 되고 싶다는 말을 안 해도 된다. 언젠가 가수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가 말하는 대한민국 20대

-20대를 상징하는 공간은?
"공항. 진짜 공항이 아니더라도 뭔가 계속 떠나고 돌아오고. 20대가 고정돼 있는 공간을 바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떠날 준비가 돼 있고 또 떠나고 있는 모습이 떠오른다."

-20대를 상징하는 사람?
"음. 빅뱅? (기자가 박장대소하자) 왜 빅뱅은 안돼나? 진솔한 답변이다. 빅뱅은 20대답다. 그 중 대성이 제일 20대답다. 아직은 미완성인데 이런 저런 것들을 두려움 없이 다해보고 하고 싶은 일이든 아니든 즐기고 있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20대는 원래 자기가 뭘 하는지 잘 모른다."

2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가 만든 사이트(mapthesoul.com)에 들어와 거기에 있는 것들을 보고 당신들도 그런 공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저희 음악도 열심히 들어달라. 이번 앨범은 에픽하이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꿈이 있는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수 있는 음악이고 책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영화배우 강혜정과의 만남에 대해 조심스레 물었다. 쑥스러운 표정 대신 행복하고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는 말했다. “지금 만나는 사람은 정말 나의 반쪽 같다. 내 영혼에 딱 맞는 사람을 운 좋게 만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