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내무부는 25일 “지난 15일 남부 관광지 시밤에서 발생한 한국인 관광객 대상 자살폭탄테러 사건 용의자 12명 중 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AFP통신은 예멘 내무부 홈페이지 발표 자료를 인용해 “보안 당국이 수배됐던 용의자 중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 소속 6명을 체포했다"고 전했다. 예멘 보안당국 고위 관계자는 “검거된 용의자들은 외국인 관광객 및 석유시설 등을 겨냥한 10건의 추가 테러를 모의한 혐의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내무부는 “보안 당국이 이 세포조직의 다른 조직원들을 뒤쫓고 있으며, 검거는 시간 문제”라고 덧붙였다. 내무부는 그러나 이들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어떤 방식으로 검거됐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예멘 내무부는 한국인 관광객 테러사건 이후 “알 카에다가 추가 테러를 모의 중”이라며 용의자들을 추적해왔다. 지난주에는 자폭테러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이는 용의자 12명을 검거하기 위해 국방부 발행 주간지를 통해 이들의 사진을 공개, 수배했다. 당시 내무부는 “알 카에다에 포섭당해 예멘에서 테러행위를 저지르려 준비 중인 이들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에게 현상금도 지급하겠다”고 밝혔었다.

앞서 현지시각 15일 오후 5시50분(한국시각 밤 11시50분)쯤 예멘 남동부 하드라마우트 주의 고대 도시 시밤에서 발생한 폭탄테러로 박봉간(70·서울 삼성동)씨, 김인혜(여·64·서울 목동)씨, 주용철(59·서울 암사동), 신혜윤씨(여·55) 등 4명이 숨졌다. 이 중 주씨와 신씨는 부부다. 숨진 박씨를 비롯한 한국인 관광객 18명은 지난 9일 인천 공항을 출발한 뒤, 관광 7일째인 15일 오후 일행 중 13명이 지프 차량 6대에 나눠 타고 사막에 진흙 벽돌 건물이 촘촘히 들어선 시밤 시내 전경을 보기 위해 카잔 전망대에 올랐다가 변을 당했다. 전날인 14일에도 시밤을 둘러봤지만, “너무 아름다운 곳이라 한 번 더 보고 싶다”며 다시 찾아간 터였다. 이 사건 발생 사흘 뒤인 18일에는 사건 수습과 수사 참여를 위해 방문한 정부 대응팀과 유족들이 탑승한 차량이 자폭테러범의 표적이 됐다. 두번째 공격에서는 다행히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인이 테러 대상이 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현지에서 테러 발생을 전후해 천연가스 수출 등 한국·예멘 경제협력 문제가 대대적으로 보도된 점 한국 해군이 예멘과 아덴만을 건너 마주하고 있는 소말리아 해적 소탕을 위해 군함을 파견한 점 등이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반감을 샀을 거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예멘은 1400년 전 이슬람 예언자 무하마드가 “지혜로운 자들(the wise)과 믿음 깊은 자들(the faithful)의 땅”이라 불렀던 아라비아 반도 남쪽의 나라. 하지만 지금은 인구 2200만명의 3분의 1이 극빈층인 세계 최빈국 중 하나다. 물가 상승률이 30%에 육박하고 실업률은 40%를 넘는다. 정부 권위를 인정치 않는 호전적 사막 부족 간 분쟁이 만연해 성인 1인당 3정에 해당하는 총 1700만정의 총기가 보급돼 있다. 파탄난 경제와 마비 상태의 정치판까지 테러의 온상이 될 조건을 골고루 갖춘 셈이다. 영국의 싱크탱크 차탐하우스는 “31년째 집권 중인 알리 압둘라 살레(Saleh) 대통령은 정치·경제·안보 어느 분야에서도 제대로 통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아라비아반도 알 카에다(AQAP)’의 사령관인 나시르 알 와하이시(33)는 1월 27일 한 이슬람 무장조직 웹사이트에 올린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성스러운 땅 아라비아 반도에 발을 딛는 이교도 관광객도 모두 서방 십자군 세력의 첩자이며, 우리의 합법적 공격 목표”라고 경고했었다. 한국인 관광객들은 이 경고가 나온 뒤 발생한 잔혹한 무차별 테러의 첫 희생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