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은“하반기부터 수도권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서울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이 확산될 것”이라며“부동산 가격이 안정될수록‘소유’에서‘거주’로의 패러다임 전환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학창시절 줄곧 셋방살이를 하면서 '집 걱정 안 하고 이사 다니지 않고 한 집에서 오래 살 수 없을까' 고민했고, 그런 경험에서 장기전세주택(시프트)을 고안해 낸 것 같다"고 했다. 2007년 장기전세주택 개념을 국내 처음 적용해 올해 법제화를 이끈 오 시장을 지난 20일 서울시청에서 만나, 시 주택정책의 성과와 계획을 들어봤다. 그는 "시프트를 2018년까지 총 40만 가구로 늘려 공급하겠다. 전국에 시프트가 확대될 것이다"라고 자신했다.

―지난 13일 마감한 9차 공급에서 한 단지가 156대1의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고, 7·8차 청약 때도 경쟁률 100대1이 넘는 단지가 나왔다. 인기 비결은 무엇이라고 진단하는가?

"쫓겨날 걱정 없이 한곳에서 20년 동안 살 수 있다는 것과, 시중 전세가 대비 가격 경쟁력, 일반 분양아파트에 버금가는 품질 때문이라고 본다. 기존 임대주택과 달리, 출퇴근이 편한 역세권에 중형 등 다양한 평형을 도입해 중산층을 사로잡은 것 같다. 요즘처럼 주택가격이 하락 또는 안정 국면인 경우 굳이 집을 사들여 재산가치로 삼는 것보다 장기전세가 유리하다. 누구든 '집을 살까, 시프트에 입주할까' 한번쯤 고민하게 될 기회가 됐다."

―시프트는 '임대주택은 저소득층 주거'라는 편견을 깨는 데 기여했다. 9차 공급에서 경쟁률 27대1을 기록한 강남의 3억원짜리 시프트(전용 84㎡)도 한 예다. 시프트 단지가 장기전세주택으로 뚜렷이 구별돼 꺼리는 경우는 없을까?

"기존 패러다임으로 보는 옛날식 생각이다. 이런 우려는 곧 바뀔 것이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전세 살아도 차부터 산다. '남들이 어떻게 보든 난 이렇게 살겠다'는 세대가 늘었다. 주거 가치에 대한 사고가 바뀐 것이다."

―시프트가 집에 대한 사고 틀을 바꿔 부동산에 묶인 돈이 풀린다면, '서울을 금융허브로 키우겠다'는 구상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가?

"재산증식 수단으로서 집의 가치가 사라지면 국내 금융시장이 빠르게 재편되고, 금융기법이 발달해 자본이 축적되는 선순환 방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본다. 집 한 채 마련하려 거의 평생을 모아야 했던 상황이 바뀌어 유휴자금이 금융시장으로 들어가면, 서울이 세계적 금융 중심지로 발돋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주택 거품이 빠지면 우리 경제에 충격을 준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물론 가파르게 떨어지면 경제적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 노력이 계속되고 있어 걱정할 만한 상황은 없을 것이다."

―서울시가 창안한 정책이 반영된 주택법 개정안이 5월 시행된다.

"2년 넘게 법제화를 추진해 중앙정부의 협조를 이끌어냈다. 5월 시행될 주택법 개정안에는 민간개발의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일부를 장기전세주택 물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담겼고, 6월부터 시행될 임대주택법에 장기전세주택이 새 유형으로 규정됐다. 장담컨대 하반기부터 경기·인천 등 수도권을 비롯해 부산·광주·대구 등 지방 곳곳에서 시프트를 도입할 것이다. 주거복지에 대한 지역 주민들 요구 수준이 높고, 서울시의 2년 경험이 지속 가능한 정책임을 입증했다."

―시프트는 뉴타운과 어떤 차이가 있고 어떤 영향을 주었나?

"뉴타운 사업은 바람직한 주거환경개선사업이긴 하지만 저소득층이 희생을 감내해야 했다. 시프트는 빈부격차·양극화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줬다. 시프트 물량이 저소득층·중산층까지 포괄할 만큼 늘면 뉴타운 사업이 큰 틀에서 보완이 되는 셈이다. 시프트와 뉴타운은 서로 보완 역할을 할 것이다."

―시프트가 '오세훈 아파트'로 불리곤 한다.

"국회의원 때 정치권 불법자금을 봉쇄하기 위해 만든 법이 '오세훈 법'으로 브랜드화된 것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 용어야 어떻든, 집에 대한 인식을 '소유'에서 '거주'로 바꾼다는 철학만은 전달됐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