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기획사 중에는 신인들에게 홍보비 명목으로 돈을 내놓으라고 하는 곳도 있어요. 몇 번 주다 보면 금세 몇천만원이 돼버리죠. 그 돈으로 진짜 홍보를 하는 경우는 드물어요. 그냥 자기들 주머니로 들어가 버리는 거죠."
연예기획사 간부 A씨는 "이런 이유 때문에 아직도 법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큰 회사의 경우는 그렇지 않지만, 몇몇 작은 회사는 상황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계약금, 출연료를 다 못 받았다고 주장하는 연예인은 부지기수다.
매 맞는 연예인도 있다. 매니저 B씨는 "흔한 일은 아니지만, 모 연예기획사 대표가 룸살롱에서 술을 마시다가 기분 나쁘게 말대꾸를 한다는 이유로 신인 남자 배우를 때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매니저만 비난할 수 없는 상황도 있다. 수년 전, 한 가수는 자신의 연애상대들과의 밀애 동영상을 찍어 보관하다 매니저에게 들킨 뒤, 폭행을 당하고 영상물을 폐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주먹으로 해결하는 1세대 매니저들은 대부분 은퇴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 얘기.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말 10개 연예기획사에 소속된 연예인 354명의 계약서를 전수 조사해 "일부 스타급을 제외한 대다수 연예인이 일방적으로 불리한 계약을 맺고 있다"며 시정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이 조치가 힘없는 연예인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 이들은 별로 없다.
연예기획사 간부 D씨는 "요즘 비디오를 찍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일부 매니저는 사생활을 폭로하겠다는 식으로 연예인을 협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매니저들이 연예인의 부적절한 관계 등을 '정리'해 주고, 이를 구실로 "관련 서류를 언론에 뿌려 매장시키겠다"고 협박하는 일도 적지 않다. 도덕관념이 희박하거나 돈에 굴복해 자신을 팔아버린 일부 연예인들이 이런 매니저들의 '노예'를 자청하는 셈이다.
그러나 "강제 성 접대, 폭행 등 억울한 일을 당해도 도움받을 곳이 없다"는 절망감 때문에 연예인들은 간혹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된다. 한 연예인은 "소속사 대표가 '내가 국정원, 검찰의 누구와 형 동생 사이'라며 '딴따라 날뛰어 봤자 소용없다'는 얘기를 한 적도 있다"고 했다. 경찰이나 검찰 등에 수사를 의뢰하는 걸 포기하는 연예인도 많다. 한 여배우는 친인척 이름으로 산 주택의 소유권에 관한 소송을 하려다 갑자기 중단했다. "여배우 ○○○가 재벌 ○○○와 동거하는 대가로 빌라를 받았다 빼앗겼다"는 소문이 퍼졌기 때문이다.
연예인 피해 사건의 경우, 변호사, 경찰, 검찰 등 관련된 이들을 통해 조각정보가 새어나가고, '증권가 정보지', 각종 정보기관 '보고서' 등이 이들 조각을 끼워 맞춰 '논리적 구성'을 한다. 그리고 스포츠신문, 인터넷 언론 등이 이니셜로 처리해 정보를 퍼뜨리면, 루머는 '사실'이 된다. 나라 전체가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기정사실'화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이다. 맞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피가 거꾸로 솟는다"고 느낄 만큼 허위 정보도 있다.
반대로 성 접대를 받은 이들이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고 이런 일을 반복하는 경향도 있다. 경찰이나 검찰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해, 억울한 사람과 죄지은 사람을 구분 짓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여태까지 성(性) 상납설은 '방송사 PD 수뢰 혐의'를 수사하다 방계(傍系)로 나온 정보가 대부분이어서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가 적극적으로 수사를 한다 해도, 막상 피해 당사자들이 '강압성'을 부인하는 바람에 처벌할 여건이 아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