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그대로였다.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이 첼시와의 2007~2008시즌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때 박지성(맨유)을 최종엔트리에서 제외한 이유를 처음으로 밝혔다.

'골 결정력 부족' 때문이라고 했다.

맨유의 서포터 피터 보일씨는 구단 발행 월간지인 '인사이드 맨유' 3월호 '알렉스경과의 문답(ASK SIR ALEX)' 코너에서 '19년 전, FA컵에서 짐 레이튼을 뺀 것과 지난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박지성을 뺀 결정 가운데 어떤 것이 더 힘들었는가'라는 질문을 했다.

퍼거슨 감독의 대답은 간단 명료했다. 그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당연히 박지성(Ji-sung Park, without doubt)"이라며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투입되는 공격수는 큰 효과를 만들어내거나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여야 한다. 박지성을 제외시킨 것은 그 때문이다. 만약 박지성이 그 부분에서 향상된다면 우리 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복잡했던 심기도 공개했다. 퍼거슨 감독은 "마음이 정말 불편했는데 경기가 끝난 뒤 (박지성의) 부모님들이 저에게 친절하게 대해줘 인상적이었다"고 덧붙였다.

9개월이 흘렀지만 박지성에게도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그라운드가 아닌 관중석에서 지켜본 것은 뼈아픈 경험이었다. 그는 AS로마(이탈리아), 바르셀로나(스페인)와의 8강과 4강 4경기(홈앤드 어웨이)에서 풀타임 출전하며 팀을 결승 진출에 이끌었다. 그러나 정작 결승전에서는 엔트리에서 제외돼 눈물을 흘렸다. 당시 격전지인 모스크바 루즈니키스타디움에서 만난 박지성은 "퍼거슨 감독이 미안하다 했다"고 했지만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아울러 골 결정력 향상이 시급한 과제라는 것도 퍼거슨 감독의 말로 재확인됐다. 박지성은 2008~2009시즌 주전 자리를 꿰찼지만 골 시계는 '1'을 가리키고 있다. 지난해 9월 첼시전에서 터트린 선제골이 올시즌 처음이자 마지막 골이었다. 만약 계속해서 골이 터지지 않을 경우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최후에 입지가 좁아질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