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탱크' 박지성(맨유)의 골 침묵이 길다.

지난해 9월 막이 오른 2010년 남아공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는 3경기에서 2골을 터트리는 막강한 화력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소속팀에서는 2008~2009시즌 고작 1골에 불과하다.

출발은 좋았다. 맨유 이적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전반기 시즌인 지난해 9월21일 첼시전(1대1 무)에서 골망을 흔들었다. 그러나 이후 140여일째 골 소식이 나오지 않고 있다


▶맨유 골 순위는 12위



더비전에서 골을 작렬시킨 깁슨과 웰벡 등은 비주전이다. 정규리그에 비해 중요도가 낮은 칼링컵과 FA컵에서 주로 출전한다. 하지만 이들도 박지성보다 골이 많다. 웰벡은 3골, 깁슨은 2골.

맨유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다. 발목 수술로 뒤늦게 투입됐지만 14골을 기록하며 베르바토프(11골)와 테베스(10골)를 넘어섰다. 박지성의 포지션 경쟁 상대이자 최근 입지가 좁아진 것으로 평가된 나니도 벌써 6차례나 골망을 흔들었다.

축구는 골로 말한다. 박지성은 지난해 첼시와의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골결정력이 부족하다는 단 한 가지 이유로 최종엔트리에서 제외됐다. 박지성은 현재 맨유 선수들 가운데 골 순위가 12위다. 전문 골잡이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골이 적으면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찬스는 있다. 하지만...



찬스가 없다면 굳이 골결정력을 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박지성은 매경기 1~2차례의 결정적인 골 기회를 맞는다.

지난해 12월30일 미들즈브러전(1대0 승)에서 박지성은 6차례나 골문을 노크했다. 맨유 이적 후 한 경기 최다 슈팅이었다. 특히 후반 27분 골키퍼와의 1대1 찬스에선 볼의 방향만 살짝 바꿔도 골이 가능했다. 그러나 박지성의 발을 떠난 볼은 골문을 벗어나며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 박지성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실수가 잊혀지지 않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더비전에서도 그랬다. 전반 15분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나니의 패스도 완벽했고, 골 지역 오른쪽 사각 지역에서 몸을 날리면서 때린 오른발 슛도 날카로웠다. 하지만 골키퍼 선방으로 시즌 2호골 기회가 무산됐다. 다만 슛이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남는다.

골은 막판 집중력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그러나 박지성은 번번이 최후의 순간에 무너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상대 수비를 혼쭐냈다', '열심히 뛰었다'는 평가가 아닌 '환상적인 골이었다'는 평가는 언제쯤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