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사실상 양분됐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가 2000년대 이후 자민당의 정책 노선이던 '구조개혁 노선'을 부정하는 발언을 연발하자, 이 정책을 추진한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사진) 전 총리가 12일 "웃어버릴 정도로 기가 질렸다"며 맹비난했다. 전 총리가 현 총리를 노골적으로 비난한 것은 일본 정치 풍토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집권 자민당이 사실상 '아소 그룹'과 '고이즈미 그룹'으로 양분됐다는 것을 뜻한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이날 저녁 자민당 내 '우정공사 민영화를 견지·추진하는 모임'에 참석해 "최근 총리 발언에 분노하기보다 웃어버릴 정도로 기가 질렸다. 중의원 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싸우는 사람들을 향해 총리가 앞에서 대포를 쏘았다.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다. 총리의 발언에 신뢰가 없으면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아소 총리는 최근 고이즈미 전 총리가 실현한 우정공사 민영화를 "(자신은) 반대했었다"고 발언해, 언론과 당 내외의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특히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소 총리가 총력을 다해 추진하는 정액급부금(경기 진작을 명목으로 국민들에게 돈을 나눠주는 정책)에 대해 "(야당의 반발을 누르고) 중의원의 재가결까지 필요할 정도로 반드시 성립시켜야 할 사안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의원 재가결을 위해선 3분의 2 의석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자민당 내 고이즈미 그룹이 반기를 들 경우 재가결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아소 총리는 자신의 정책을 수정·철회하거나, 당내 반발에 굴복하는 두 가지 길만 남았다. 이 경우 내각 지지율이 14%에 불과한 아소 내각은 붕괴할 가능성이 높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앞으로 실시될 중의원 선거 이전에 정계를 은퇴하겠다고 선언했으나, 일본 정치인 중 국민적 인기가 가장 높고 당내 영향력 역시 가장 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