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와 '친박(親朴)'계 좌장으로 불리는 김무성 의원 사이에 미묘한 냉기류가 흐르고 있다. '친박계 세력화'를 둘러싼 입장차로 불거진 이 기류를 '심각하고 본질적인 것'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가 하면 '두 사람이 큰 전략을 공유한 상태에서 역할 분담을 하는 과정에 빚어진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하는 쪽도 있다.
박 전 대표는 김 의원이 추진하겠다고 밝힌 친박계 모임 결성에 대해 "지금은 그런 모임을 할 때가 아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8일 알려졌다. 박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가 개인적인 자리에서 김 의원의 '친박 세력화' 언급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히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박 전 대표는 지난 4일에는 보도진에 "당의 중진으로서 개인 입장을 말씀하신 것"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박 전 대표가 김 의원의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듯한 언급이 잇따르자 당 안팎에서는 친박계 좌장으로서의 김 의원 입지가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친박계의 한 핵심 의원은 "김 의원이 자기 정치를 하려고 청와대 오찬 모임을 계기로 목소리를 높인 것 같다"며 "박 전 대표가 파문이 커질까 봐 즉각 공개적으로 '개인적 발언'이라며 수습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친박계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주류측과 대놓고 싸우는 계파 수장처럼 비쳐지는 것"이라며 "친박계 내부에서 아무런 논의나 결의가 없었는데 그런 말을 한 것은 큰 실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수도권 친박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친박 모임하자'고 말할 수는 없지 않으냐"면서 "누군가는 미리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도 "지난 경선 때 1년 전부터 준비하자는 건의를 박 전 대표가 너무 빠르다고 거부해 손 놓고 있다가 사람들을 다 뺏겼었다"면서 "박 전 대표가 할 몫이 있고, 밑에서 준비할 몫이 따로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 중심 이동에 대해서도 양론이 있다. 한 중진 의원은 "김 의원이 이미 여러 차례 개인 정치를 하는 바람에 박 전 대표의 신뢰를 잃은 것이 사실이다. 또 영남권보다 수도권 출신 의원이 박 전 대표에게 절실하다는 점도 새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당수 친박계 의원들은 "박 전 대표가 사람을 쉽게 버리지도 않는 데다 의원들 나름대로 역할이 따로 있는 법이다. 김 의원 자리를 메울 사람이 있느냐"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최근 행정안전부 장관 지명 논란 때 김 의원이 한마디로 '나는 안 한다'고 해 '사나이'라는 평을 받은 적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무성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 통화에서 "박 전 대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그러나 주류·비주류를 떠나 당내에서 건전한 비판과 견제는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2월 국회가 끝나는 것을 보고 어떻게 할지 결정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