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융 위기를 예견해 유명해진 누리엘 루비니(Roubini) 미 뉴욕대 교수(경제학)는 29일 경제 전문지 포브스지(誌) 기고에서 "영국이 막대한 대외 부채와 외환 유동성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아이슬란드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영국 정부의 부채 비율은 GDP의 40% 수준으로 낮지만, 부실 민간 은행을 국유화하면서 떠안은 대외 부채가 글로벌 신용경색과 맞물리면 국가 부도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영국 시중은행들이 해외에 진 빚은 국가 GDP의 2배가 넘는 4조4000억달러에 달한다. 반면 영국의 외환보유액은 610억달러 미만으로, 미국 FRB(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체결한 통화 스와프 한도인 400억달러를 더하더라도 1000억달러 규모에 불과하다.
◆자본주의 원조 영국, 부도 위기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FP)는 28일 인터넷판에서 아이슬란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나라로 선진국 중에서는 영국을 유일하게 꼽았다. 일부 외신도 런던에 대해 '템스강변의 레이캬비크(아이슬란드의 수도)'라는 별명을 붙였다. '자본주의 원조국' 영국이 금융 위기 때문에 망신을 당하고 있는 셈이다.
영국 경제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파운드화의 달러 대비 가치는 2008년 8월 21일 파운드당 1.88달러에서 2009년 1월 28일 1.43달러로 24% 급락했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이날 영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두 달 전의 -1.3%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2.8%의 경제 성장률은 주요 선진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글로벌 금융 위기 진원지인 미국은 올해 -1.6% 성장을 기록할 전망이고, 프랑스(-1.9%)·독일(-2.5%)·일본(-2.6%) 등 다른 선진국도 영국보다 경기 침체의 정도가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인 절반 이상이 비관적 전망
영국은 금융이 GDP의 9.4%, 이와 관련된 회계·컨설팅 등 전문 서비스 부문이 GDP의 3.6%를 차지할 정도로 경제의 금융 의존도가 크다. 반면 제조업의 GDP 비중은 1997년 20.3%에서 2007년 12.6%로 낮아졌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영국의 정치 갈등과 고든 브라운(Brown) 총리의 취약한 리더십도 위기 해결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브라운 총리는 지난해 금융 위기 발생 초기에는 신속한 대응으로 유권자의 신뢰를 얻었지만, 경기 침체가 깊어지면서 민심도 멀어지고 있다. 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58%는 "브라운 총리가 경제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