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준과의 인터뷰는 '참' 어렵다. 아이같이 순수한 그는 말을 가려서 할 줄 모른다. 가식으로 시작해 정답으로 마무리하는 다른 스타들과는 사뭇 다르다. 술 서너잔 돌고 세 시간쯤 진을 빼야 나올 법한 솔직 담백한 대답이 술술 나온다. 이리 사람 잘 믿는 이의 발등을 찍기도 쉬운 일은 아닌 법. '전체 관람가'로 재구성한 인간 신현준의 고백을 들어보자.

최근 신앙고백서 '신현준의 고백(이하 '고백')'으로 대박을 터뜨렸고, 2월엔 드라마 '카인과 아벨'이 전파를 탄다. 화려한 2009년을 시작한 신현준.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유독 신인 감독과의 작품이 많다. 안전장치보다는 모험을 택하는 도전 정신 때문이다. 사람 좋아하는 성격도 크게 작용한다.


- 잇속을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 심하게 의리 좋아하죠. 청룡영화상 시상식에 7년 연속 개근했잖아요. 주최측의 강권에 못이겨서. 하하. '맨발의 기봉이' 권수경 감독은 '비천무' 조감독이에요. '퇴마록'의 박광춘 감독, '김관장 대 김관장 대 김관장'의 박성균 감독은 '은행나무 침대' 때부터 인연을 맺었고요.

- 인맥이 두텁다. '고백'에 성룡이 추천사를 썼던데, '삶의 순간을 진정으로 사랑할 줄 알고, 사람을 배려할 줄 안다'고 극찬했더라.

▶ 쉽게 친해지고, 오래 가요. 성룡과도 10여년 전 한 행사장에서 처음 만난 뒤에 계속 연락을 하고 지내요. 제가 봉사 활동을 꾸준히 해오는 모습이 보기 좋다고 하더군요.

- 밤이 화려할 것 같은데.

▶ 금주한 지 1년이 넘었어요. 오히려 집에서 나무랑 대화하는 게 좋아요. 자메이카 선인장 산세베리아를 키우는데, 알로에는 우리집에 와서 여덟번이나 꽃을 피웠어요. 아토피 때문에 손에 양말을 끼고 살았는데, 나무들 덕에 다 고쳤어요. 연예인 골프 친목회인 '싱글벙글' 모임엔 가끔 얼굴을 내밀죠. 핸디요? 150이나 되나. 왜 원래 AB형이 그렇잖아요. 관심이 없으면 죽어도 안 늘어요. 선후배들과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하는 재미에 나가요.

- 친한 연예인은?

▶ 같이 작품을 한 배우들과는 다 친해요. 여자배우 중엔 송윤아 김원희랑 가끔 전화를 해요. 송윤아, 정말 의리있어요. 제가 엉뚱한 루머에 휩싸였을 때, 송윤아가 틈 날 때마다 저를 옹호했다고 하더군요. 그런 사람 절대 아니라고. 하하. 남자 친구는 정준호 탁재훈이죠.

- 정준호랑 정말 친한가? 지난해 청룡영화상 시상식때 공격 수위가 아주 세던데?

▶ 시상식 끝나고 저녁 먹으면서 '위로'해줬어요. 10년 가까이 보면서 싸운 적이 한번도 없어요. 둘 다 단순해서 그런가봐요. 내가 '싸이렌'을 권하는 바람에, 준호가 '친구'를 포기했다가 땅을 쳤다는 이야기는 알려진 거고. 이 험난한 연예계에서 큰 힘이 되는 친구입니다.

부드러운 이미지 때문일까. 신현준이 '작심 3일'만 하면 여자 마음 사로잡기는 누워서 떡먹기일 듯하다. 한때 열애설의 주인공으로 종종 지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 그 중 어느 '설'이 진짜인가.

▶ 데뷔 이후 연애는 딱 두 번 밖에 없어요. 워낙 여배우들하고 친하게 지내다 보니 오해도 많이 받았죠. 세 누나들 틈에서 자라 여자들을 편하게 대하거든요.

- 가장 황당했던 스캔들은?

▶ 제가 늦둥이에요. 초등학교 6학년때 큰 누나가 결혼을 했으니까요. 어느날 큰 조카랑 있는 사진이 온라인에 떠돌더군요. '신현준, 새 여자 있다'면서요. 어느 촬영장인가? 여배우가 추워보이길래 옷을 챙겨주는 게 메이킹 필름에 찍혔어요. 바로 열애설이 돌더군요.

- 플레이보이라기보단 로맨티스트에 가깝다는 이야긴데, 먼저 대시하는 스타일인가.

▶ 오히려 눈치가 없는 편이에요. (오래 전 일이니 편하게 고백하라는 재촉에 한참 시달린 끝에) 스태프들과 회식 자리였어요. 그때 한참 잘 나가던 여배우가 다른 테이블에서 마침 식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오후 10시인가, 갑자기 저한테 오더니 "오빠, 이상한 사람들이 자꾸 합석하자고 한다"면서 자기를 집에까지 데려다달라고 하더군요. 한참 뒤에야 거짓말이었던 것을 알았죠. 먼저 연락처를 받고 그냥 넘긴 적도 많아요.

- 결혼할 뻔 했던 적은 있나.

▶ '은행나무 침대' 전에 사귀던 친구랑 결혼을 막연히 고민했었죠. 그런데 일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헤어졌어요. 키스신도 이해를 못해 많이 싸우기도 했고요.

- 이상형은.

▶ 그냥 마음이 통하는 여자를 만나고 싶어요. 누나들도 사회적 결혼보다는 사랑을 선택했는데, 다 행복하게 살더라고요. 직업 안따져요. 필링만 있으면 됩니다.

- 주위에선 재촉안하나.

▶ 소개를 받아도 만남을 유지하기가 참 힘들어요. 지방 촬영 한번 다녀오면 한달이 지나니까요. 지금은 다 하나님 뜻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봉사를 하다보면 예기치 못한 상황도 벌어지고, 돈이 급하게 필요할 때가 있어요. 만약 딸린 식구가 있으면 굉장히 힘들어했을 수도 있었겠죠.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과 함께 하라고 혼자 있는 시간을 길게 주시는 듯해요.

지난해 말 출판된 '고백'은 2쇄까지 완판됐다. 3쇄도 호응이 뜨겁다. 드라마 '카인과 아벨'은 중국 로케이션까지 감행한 대작으로 역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책 내용이 상당히 알차던데.

▶ 어렸을 때부터 메모를 잘 하는 편이에요. 어느날 메모지를 들춰보는데, '철이 들면 신앙서적을 써보자'는 게 눈에 띄더라구요. 많이 망설이다가 용기를 냈습니다. 제가 힘들었을 때 믿음 속에서 희망을 찾은 것처럼, 미약하나마 사람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는 생각에 펜을 들었어요. 약 1년 간 준비했구요.

- 인용한 책이 상당하던데. 독서량은.

▶ (정)준호처럼 나돌아다니길 좋아하지도 않고(웃음). 특별한 스케줄이 없으면 집에서 그냥 책을 읽으면서 보내요. 방 두 개를 책으로 가득 채울 정도니까요.

- '카인과 아벨'은 5년 만의 안방극장 컴백작이다.

▶ '흥행 신경 안 쓴다'면 거짓말이에요. 스태프들과 마음이 잘 맞아서 느낌이 좋아요. 의사 역할은 처음이라 재미도 있구요. 시나리오가 탄탄해 기대가 커요.

- 고집을 피워서 제대로 망한 적은 없나.

▶ 너무 애정을 가진 작품은 오히려 잘 안되던데요. 하하. 영화 '블루'가 그랬죠. 오히려 편하게 한 '가문의 위기' 같은 영화가 쉽게 풀리더라구요.

- 재테크는 어떻게 하나. 얼마나 모았나.

▶ 어머니가 다 관리하세요. 지금 지갑 안에요? 카드 다섯개랑 현금 조금 있어요. 수입이 얼마인지 전 잘 몰라요.

- 롱런의 비결은.

▶ 진심은 통한다고 생각해요. 촬영 현장도 마찬가지죠. 내가 그 작품을 사랑하고 스태프들을 믿는다면, 서로 그런 마음이 통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행복할 수 있어요.

'신현준은 만날 때마다 즐거워 보인다. 목에 힘이 들어갈 만큼의 경력이 있지만, 언제나 오늘 촬영하는 것 처럼 겸손하다'고 성룡은 말했고, '배우라는 직업은 의외로 외로운 직업인데, 항상 밝게 웃으며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고 최지우는 평했다. 가진 것도 많지만, 나눠주는 것도 많은 배우 신현준. 그래서 2009년 그가 만들어갈 행복 미래에 큰 박수와 격려를 보내고 싶은 팬들이 많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