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성시 대덕면 소내리 내곡마을. 안성읍내에서 7㎞ 남짓 떨어져 있는 농촌 마을이다. 인근 마을에는 소규모 공장이 많이 보이지만, 60여 가구가 거주하는 이곳은 아직 다소곳하다. 동구에 '유별난 마을' 표지판이 서 있는 이 마을이 최근 전국적으로 이름이 알려졌다. 지난 18일 전국농촌전통테마마을 평가대회에서 대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2006년에 농촌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조성된 전국의 농촌테마마을 30곳 가운데 으뜸으로 뽑혔다.
이 마을은 2005년부터 농촌 테마마을로 변신을 시작했다. 현재 테마마을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송근목(48)씨의 의지가 바탕이 됐다. 그는 이곳에서 대대로 살아온 토박이로 농촌활동에 젊음을 바치며 고향을 지켜오고 있다. 송씨는 "외지로 떠난 친구들이 나이가 들면 돌아와서 편히 놀고 쉴 만한 곳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안성시 농업기술센터의 제안으로 컨설팅을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별난 마을은 2006년과 2007년 4억원을 지원받아 농촌테마마을의 하드웨어를 갖췄다. 마을 안쪽 산자락에는 각종 체험 활동이 가능한 시설이 빼곡히 자리잡았다. 우선 강의실, 다목적실을 두루 갖춘 체험관과 숙소 '황토문화 움집'을 만들었다. 움집은 황토로 3채를 지었다. 방문객들은 손수 아궁이에 불을 때고 구들을 데우면서 옛 시골 생활을 체험한다. 450㎡ 크기의 황토 물놀이장, 1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 공연장인 어울림 마당도 만들었다.
특히 황토를 중심으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주목을 받았다. 황토로 벽돌을 찍어 집 모형도 만든다. 여름에는 황토풀장도 연다. 대나무 공작, 식물 수채화, 나무로 가훈 패 만들기 등을 마련한다. 식물 수채화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풀꽃의 잎, 꽃 등을 재료로 활용하는 프로그램으로 전국에서 처음 도입했다. 식물로 오감을 느끼고, 그림을 그리며 정서적인 체험을 할 수 있어 인기가 높다.
농사 체험도 빠뜨릴 수 없다. 마을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특산품인 배를 활용해 봉지 씌우기, 따기 등 색다른 체험을 마련한다. 방문객들은 손수 배를 따서 먹거나 가져가도록 하고 있다. 또 포도도 수확하고 고추, 상추, 들깨, 감자, 고구마, 땅콩 등 다양한 작물을 심고 가꿀 수 있다. 인절미, 도토리묵 등 다양한 요리도 만들어본다. 일제 시대에 금을 캤던 수탈의 현장이었던 토굴에서 아픈 역사도 들려준다.
처음에는 일이 잘 풀리지는 않았다. 2006년에는 홍보가 잘 안 돼 방문객이 500여명에 불과했다. 그러나 입소문이 나면서 작년에 2700여명으로 크게 늘었고, 올해는 3000명을 넘어섰다. 덕분에 체험 프로그램의 매출은 4200여만원, 농산물 판매는 4500여만원을 달성했다. 먹고 노는 행사보다는 농촌 체험을 겸해 즐기는 야유회를 늘려가는 기업 문화의 변화도 한몫을 했다.
특히 2005년 4월 자매결연을 맺은 우리은행의 지원도 든든해 도시와 농촌의 상생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그동안 우리은행을 통해 판매된 농산물도 3억원을 넘었다. 올해는 배 값이 폭락해 주민들의 상심이 컸지만 최근 우리은행 본점에서 직거래 장터를 개설해 7.5㎏들이 400상자를 팔기도 했다. 서울 염리초등학교, 안성 아양주공아파트와도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은 마을 주민들에게는 일자리와 소득도 만들어내는 효과도 거두고 있다. 마을에서 수익을 공동관리하지만 각종 체험 프로그램에 도우미로 참여한 주민에게는 수당도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사 체험에 참여해 온 주민 이규숙(73·여)씨는 "농사일이 힘들지 않은 것이 없지만, 도시에서 온 사람들과 어울리면 재미도 있고 돈벌이도 된다"고 했다.
유별난 마을은 이제 손익 분기점을 넘어섰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수익금은 순수하게 소득으로 전환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사영(60) 이장은 "농촌이 닥친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비농업 수익을 얻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사업인 만큼 소득과 연계될 수 있도록 계속 새로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앞으로 우리가 잘 모르는 흙과 관련된 다양한 교육과 놀이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흙 문화 체험'을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031)672-8600, (019)234-8600 송근목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