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국회의장은 29일 연말 정국의 향방을 가르는 기자회견을 서울 여의도가 아닌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부산에서 가졌다.
김 의장은 최근 4~5일간 서울 한남동 의장공관을 떠나 있었다. 지난 18일 한미FTA 비준동의안 상정 이후 민주당이 의장 사과를 요구하며 국회 집무실을 점거한 데다, 한남동 공관 역시 민주당 의원들이 매일 찾아오는 바람에 머물 형편이 못 됐다. 그래서 시내 모처와 경기도 사찰 등에서 지내다 지난 주말 아예 지역구로 내려와버렸다고 한다.
전날 한나라당이 보낸 직권상정 요청공문을 받아 들고 직접 성명서를 썼다는 김 의장은 입술이 약간 부르튼 모습이었다.
김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여야 양측에 대한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우선 한나라당을 향해선 "직권상정이 없도록 노력하지도 않고 의장에게 하라, 하지 말라 강요하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라고 했다. 자신들이 정해 놓은 스케줄 속에 국회의장을 부품처럼 끼워 넣으려는 한나라당 지도부를 겨냥한 말이었다. 민주당의 점거농성에 대해서도 "반의회적, 반민주적 구태와 관행"이라고 비판했다.
그의 측근들은 "여당은 마음으로나마 친정을 도와주려는 자신을 감싸주지 않고 코너로 몰았고, 야당에 대해선 나름대로 배려를 해왔는데도 '의장 사퇴'까지 운운하는 것을 보며 배신감을 느낀 것 같다"고 전했다. 김 의장은 "의장으로서 한없는 자괴감을 느낀다"면서 "제가 두려워할 대상은 여도 야도 아닌 오로지 국민"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에서인지 김 의장이 내놓은 중재안은 여야 모두로부터 "어느 쪽 편을 들어주는 거냐" "일이 더 복잡해졌다"는 불만을 낳았다. 이에 대해 김 의장측은 "한나라당은 왜 (도와주겠다는) 행간을 못 읽는 거냐" "민주당에 퇴로를 열어준 건데 왜 몰라주느냐"며 곤혹스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