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조폭 수사계의 전설(傳說)'로 통하는 경찰관이 29일 정년퇴임을 한다. 부산경찰청 폭력계 고행섭(58·사진) 경감이다. 고 경감은 지난 1979년 순경 공채로 경찰에 투신해 보낸 30년 중 대부분을 부산경찰청 폭력계에서 보냈다. 부산경찰청 김주명(57) 폭력계장은 "고 경감은 지역 조직폭력배 290개파 2900여명의 계보를 머릿속에 꿰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에겐 '걸어다니는 조폭 컴퓨터' '조폭 저승사자'란 별명도 따라다닌다.
고 경감은 지난 20여년간 폭력 조직 간 통합 움직임과 보복폭행 등의 사건이 있을 때마다 머릿속 계보도를 활용, 핵심 조직원들을 검거하는 개가를 올렸다. 검·경이 '범죄와의 전쟁'을 선언한 지난 1992년에는 칠성파 등 부산의 4대 폭력 조직을 일망타진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또 2005년 전국에서 처음 시행한 '스쿨폴리스(배움터 지킴이)' 제도를 고안,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고 경감은 "최근 며칠 사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펼쳐진 지난 30여년간의 경찰 생활엔 정말 기억나는 사연이 많았다"고 말했다.
'스쿨폴리스의 산파'인 고 경감은 이제 청소년 상담가로 제2의 인생을 설계 중이다.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야간 대학에서 2년째 책과 씨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