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2008년 정치권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활동과 4·9총선,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 미국발 경제위기 등 대형 현안들이 이어지면서 말의 성찬을 이뤘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였던 만큼 정치인들의 발언 한마디 한마디는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 이경숙 “오렌지가 아닌 ‘오뤤지’”

지난 1월 30일 이경숙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영어공교육 완성 프로젝트 실천방안 공청회에서 '영어발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참석자의 제안을 듣고 "영어표기법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한국인이) 원어민처럼 발음하기 어렵다"며 "국립국어원의 외래어 표기법도 내용을 수정 보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얼마 전 제가 ‘press-friendly(언론 친화적)’란 말을 했더니 언론에서 모두 ‘프레스 프렌들리’라고 썼더라. f 발음은 ‘후렌들리’가 맞다”고 했으며, “제가 미국에서 ‘오렌지(orange)’라고 했더니 아무도 못 알아듣다가 ‘오뤤지’라고 하니 알아듣더라”고도 했다.

이 위원장의 '오뤤지 발언'은 영어몰입교육 논란과 겹치면서 큰 파장이 일었다.

◆ 이 대통령 “숭례문 국민성금으로 복원”

이명박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인 지난 2월 12일 화재로 전소된 숭례문 복원과 관련, "정부 예산보다 국민이 참여하는 성금으로 복원하는 게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에 인수위는 곧바로 새정부 출범 이후 모금운동을 전개하겠다고 까지 했지만 인터넷에서는 “사고는 누가 쳤는데 국민에게 책임을 넘기냐”는 등 반발여론이 확산돼 결국 성금 모금은 백지화됐다.

◆ 고소영·강부자 내각 “땅을 사랑했을 뿐” “오피스텔 선물”

2월말에는 이명박 정부 초대 내각과 청와대 수석들의 재산을 두고 '고소영 S라인(고려대-소망교회-영남-서울시청출신)' '강부자(강남 부자) 내각'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부동산 투기 의혹 당사자들의 해명은 비난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박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경기도 김포의 절대농지 투기의혹에 대해 "자연의 일부인 땅을 사랑할 뿐 투기와는 전혀 상관없다"고 해명했고, 이춘호 여성부 장관 후보자는 서초동 오피스텔과 관련, 내가 유방암 검사에서 아니라는 결과가 나오자, 남편이 감사하다고 기념으로 사준 것"이라고 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아들의 용산구 서빙고동 땅 증여 및 세금 탈루의혹에 대해 "아들에게 물어보니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는 반응이었다"면서 '귀신이 땅을 사서 팔았단 얘기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땅사랑 정부냐” “재벌 못지 않네, 감기가 아니라면 차 한대 사줄 것”이라는 비난댓글이 폭주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가 공천 심사결과를 놓고 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 박근혜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

4·9총선을 앞두고는 친박계 인사의 대거 공천탈락과 관련,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저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는 발언이 주목을 받았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 공천에 대해 “무원칙한 공천의 결정체” “어리석은 공천”이라고 직격탄을 날린 뒤 “당 대표와 지도부가 정치개혁에 대한 철학과 의지가 없고 무능하기 때문에 이와같은 일이 일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 의원들과 만나 "가슴이 찢어진다" "살아서 돌아오라"고도 했다. 박 전 대표의 후광을 업은 친박계 의원들은 '친박연대'와 '친박 무소속연대'를 결성해 전국 곳곳에서 총선 돌풍을 일으켰다.

한편 박재승 민주당 공천심사위원장은 총선 공천 당시 "선량한 국민들은 우유팩하나라도 구멍가게 가서 훔쳐 먹으면 징역을 간다"고 말해 공감을 얻었고, 한나라당 인명진 윤리위원장은 "공천심사위원회가 사람을 공천해야지 새를 공천했다"고 비꼬아 주목을 받았다.

◆ 이 대통령 “촛불 누구 돈으로 샀나”

총선 직후에는 한미정상회담 도중 타결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을 둘러싼 '촛불정국' 이 전개됐다.

이 대통령은 “질좋은 고기를 들여와서 일반 시민들이 값싸고 좋은 고기를 먹게 되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들면 적게 사먹으면 된다” “1만 명의 촛불은 누구 돈으로 샀고, 누가 주도했는지 보고하라”는 등의 발언을 해 ‘광위병 괴담’에 휩싸인 시위대에게 논란을 일으켰다.

이 대통령은 이후 촛불 시위가 확대되자 두차례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데 소홀했다는 지적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국민이 무엇을 바라는지 잘 챙겨봤어야 했는데  뼈저린 반성을 하고 있다”고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끝없이 이어진 촛불을 바라 보았다.시위대의 함성과 함께 제가 오래 전부터 즐겨 부르던 ‘아침이슬’ 노래 소리도 들었다”는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 정몽준 “버스요금 70원 아니냐”

한나라당 정몽준 최고위원은 지난 6월말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앞두고 열린 한 토론회에서 버스요금에 대한 질문에 "한번 탈 때 한 70원 하나"라고 답했다가 "700원 정도로 기억했는데 답변하면서 착오를 일으켰다"고 사과했다.

정 최고위원은 7월 3일 전당대회 현장에서 ‘버스요금 70원’ 발언을 만회하려는 듯 “선물을 받았다”며 ‘T-Money(티머니)’교통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이는 ‘일반인용’ 초록색 카드가 아니라 청소년용인 노란색 카드로 밝혀져 또 다시 구설수에 올랐다.

◆ 강만수 “삼겹살 직접 안 사봐서”

미국발 경제위기가 본격화되기 시작한 7월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서 '삼겹살 1인분' 때문에 진땀을 뺐다.

강 장관은 국회에서 열린 긴급현안 질의에서 “지금 삼겹살 1인분이 얼마인지 아냐”는 질문에 “삼겹살을 직접 사 본 적이 없어 모른다. 삼겹살은 잘 안 먹는다”고 답해 곤욕을 치렀다.

이같은 ‘아픈 기억’때문인지 9월에는 “지금 대학 등록금이 1년에 얼마인 지 아느냐”는 질문이 나오자 “알고는 있지만 꼭 그렇게 물어야 하냐. 지난번에 하도 장학퀴즈 식으로 (질문을) 해서 자료를 가지고 다닌다”며 관련 서류를 흔들어 보이며 ‘반격’하기도 했다.

◆ “이명박의 졸개들” “찍지마 씨x”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10월 25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신을 촬영하는 기자들을 향해 손가락질을 하며 "사진 찍지마, 아, 씨~, 찍지마. 성질이 뻗쳐서 정말, XX, 찍지마"라고 막말을 하는 장면이 방송사 카메라에 포착돼 물의를 빚었다.

앞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신상발언을 하면서 "장관, 차관 그리고, 공공기관 낙하산 대기자들, 지금 그들은 이명박의 휘하들이다. 졸개들"이라고 했고, 이에 여권이 강력 반발하면서 국감이 정회됐다. 유 장관은 이 의원의 발언에 대해 고흥길 위원장에게 유감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

유 장관은 이후 “기자들에게 욕설을 한 것은 아니며, 격한 감정을 스스로에게 드러낸 것이 잘못 알려진 것”이라며 “오해를 초래한 부분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사과했다.

◆이 대통령 “지금은 주식 살 때”

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진 동포 리셉션에서 “국내 주가가 많이 떨어졌으나 지금은 주식을 팔 때가 아니라 살 때”라면서 “지금 주식을 사면 최소한 1년 내에 부자가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주식을) 사라는 얘기는 아니지만 원칙이 그렇다”고 말했다.

이에 야권에서는 “대통령이 증권브로커냐”는 비난이 빗발쳤고, 청와대는 “해외동포들이 어려울 때 국내 투자도 좀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달을 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건평씨가 세종증권 매각비리 개입 혐의로 구속된 가운데 2008년 12월 5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사저 앞에서 노 전 대통령이 관광객들과 올해 마지막 만남을 가진 자리에서 두손을 앞으로 모으고 사실상 사죄의 행동을 보이고 있다.

◆ 노 전 대통령 ”동생의 도리 때문에”

지난 4일 형 노건평(66)씨가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에 개입해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노무현 전 대통령이 5일 "전직 대통령의 도리가 있겠지만 가족의 한 사람으로서 동생의 도리도 있다"며 "형님이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는데 (내가) 사과해 버리면 형님의 피의사실을 인정해 버리는 것이어서 (사과하기) 어렵다. 양해해 달라"고 했다.

그러나 민주당 정장선, 이종걸 의원 등 야당 의원들도 노 전 대통령을 향해 "대국민 사과를 할 필요가 있다"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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