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규덕 숙명여대 사회과학대학장

자이툰 및 다이만 부대원들의 귀환으로 4년 3개월에 걸친 이라크 파병이 막을 내리게 됐다. 이라크 파병은 우리 군의 미래 역할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줬다.

우리 군이 이라크에서 거둔 성과 중 첫손 꼽아야 할 것은 민사작전(civil military affair·대민 업무를 위주로 한 작전)의 전범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비록 적은 수였지만 우리 군이 전개한 민사작전은 첨단무기와 가공할 전투력을 가진 세계 최강의 군대도 해내지 못한 일을 해냈다. 현지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종교와 문화가 다른 주민들에 대한 예의와 그들을 섬기는 봉사의 자세가 주효했고, 그들의 문제점을 이해하고 미래에 도움이 될 만한 실용적 프로그램들을 운영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미 육군이 최근 럼즈펠드식 강공(强攻) 위주 군사전략을 전면 수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민사작전의 중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미 제병합동사령관 윌리엄 콜드웰 중장은 미 상원 군사청문회에 출석, 자이툰 부대의 활동이 안정화와 재건(再建)분야의 가장 효과적인 모델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미국뿐 아니라, 레바논의 동명부대를 관할하고 있는 이탈리아군을 비롯하여 유럽의 여러 국가들도 한국식 민사작전을 새로운 교리로 개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우리 내부에서는 이런 세계의 관심을 읽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과 총리가 지난 1 년 내내 PKO 파병의 당위성을 역설했지만, 막상 주무부서는 국방개혁 2020이나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한 대응전략 개발에 우선순위를 정하다 보니 PKO 확대방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PKO 파병은 군사외교 차원의 상징적 역할을 넘어서야 한다. 국방, 경제, 외교를 삼위일체로 연계하는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며 경제적 효과나 자원개발에 도움이 되어야 한다. 오늘날 PKO는 더 이상 군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사회와의 연계 속에서 민·관·군이 함께 주도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이다.

PKO 파병은 또한 북한문제에 매몰된 우리의 시야를 세계무대로 전환시키는 바른 평화교육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파병을 통한 기여외교는 우리의 대외이미지 개선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중국 쓰촨성 지진피해 당시 대통령의 현장방문이 좋은 사례다. 구호품을 실은 우리 공군 수송기 3대가 한국전쟁 이후 처음으로 중국 내륙에 착륙했고 이는 군사적 신뢰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됐다.

이러한 재난 구호나 국제 공여(供與)에 한국이 더 많은 역할을 담당하게 될 때 글로벌 파트너십을 강조하는 오바마 정부와의 관계 개선에도 유리할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참여 요구가 가시화되기 전에 우리 스스로 참여수준과 기여방법을 결정하는 용단이 필요하다. 전투병보다는 경찰훈련 요원이나 의무지원 등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하면 된다.

그동안 시민사회의 시각은 PKO 파병을 미국 주도의 군사행동에 대한 강요된 참여로 해석해 왔다. 이번 국회에서도 PKO법안은 통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새로운 임무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PKO를 지원하기 위한 법안이 아니라, 파병 가능성 자체를 제한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 자이툰 부대의 성과를 잊혀진 전설로 만들기보다는 PKO 강국으로 전환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정부는 해외파병을 위한 상비체제를 현재의 수준보다 대폭 확대해야 하며, 민간인 전문가들을 포함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안들도 모색해야 한다. 이를 통해 우리 시민사회가 지구촌 이웃을 위해 의미 있는 희생과 경제적 부담을 감내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졌다는 점을 세계인들에게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