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 서울 청계천 광장에서 시작된 촛불시위는 100일 이상을 끌면서 다양한 모습으로 양상이 바뀌었다. 초기에는 '촛불 문화제'로 불리며 평화적 외양을 띠었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연일 성난 군중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경찰 버스를 밧줄로 묶어 끌어내고, 기자를 폭행하고, 망치를 들고 거리를 질주했다. 집회 참석자들의 얼굴도 교복 차림 여고생에서 유모차를 밀고 나온 주부, 직장인, 시민단체, 노조, 그리고 복면을 한 '시위꾼'들로 바뀌었다. 한쪽에서는 '괴담(怪談)'의 진원지로 불렸던 인터넷이 다른 쪽에서는 '집단 지성'의 산실로 칭송되는 등 촛불집회를 보는 관점은 극단적으로 엇갈렸다.

인터넷이 동원해낸 군중

군중들은 '배후 세력'의 존재를 부정했다. 경찰이 배후 세력을 찾기 위해 유언비어 유포자를 조사하자, 시위대는 경찰청 홈페이지로 몰려가 "내가 배후"라며 자수하는 온라인 운동까지 벌였다. 이들이 온라인에서 유포된 불확실한 정보를 믿고서 거리로 나서기까지 인터넷의 '네트워크'가 동원 시스템으로 작동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초기에 거리로 몰려나온 시위대는 집회 조직 경험이 없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나 '아침 이슬' 같은 노래를 모르는 이들이 많았다. 이 때문에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이하 대책회의)조차 인터넷을 통해 동원된 군중들을 상대하기 힘들었다. 집회 초기 대중가수들이 많이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집회가 끝나는 새벽 무렵이면 어김없이 '민중가요'를 부를 줄 아는 이들이 남아 집회를 이어갔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장관 고시(告示) 하루 전인 6월 25일 자정쯤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한 시위자가 경찰 물대포 위로 올라가 분사구를 손으로 막으며 맞서고 있다.

진보연대, '촛불 목표는 정권 전복'

그러나 촛불시위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려는 일부 세력의 치밀한 전략이 개입된 정황도 있다. 촛불시위를 주도해온 핵심 단체인 대책회의와 '한국진보연대'(이하 진보연대) 문건에는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경찰이 6월 30일 진보연대 사무실을 압수 수색해서 확보한 '집행정책조직 책임자 연석회의' 문건에는 "(미국과) 재협상이라는 목표만 갖고 단기에 승부를 걸려면 늪에 빠질 수 있다. 우리의 진정한 목표는 이명박 정부를 주저앉히는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 "밤에는 국민이 촛불을 들고 낮에는 운동역량이 촛불을 들든가 해 사회를 마비시켜야 한다" "출근 차량이 진입하는 시점에 전경들이 진압(하도록 해), 도시를 마비시키는 전술이 필요하지 않겠나"는 제안도 있었다. 대책회의의 지난 5월 30일 긴급운영위원회 사업계획에는 '대학생 동맹휴업, 노동계 총력투쟁 선포, 유모차 행진 준비' 등의 구체적 실천 계획이 나와 있었다. 이런 계획은 이후 촛불시위에서 그대로 실현됐다.

시위 군중이 배후세력이 있거나 없다고 느끼는 것과는 별개로, 초기부터 이런 움직임은 존재했고, 이것이 시위가 장기화되는 요인이었음을 알 수 있다.

촛불소녀, 유모차부대, 하이힐부대…

'평소 시위 참석 여성들은 외모에 신경을 쓰지 않는데 이번 집회에는 하이힐을 신고 화려한 치마를 입은 여성들이 많이 참석….'(경찰 정보보고)

'광우병 괴담'에는 '여성' 코드가 숨겨져 있었다. 여고생들은 '(광우병 인자는) 화장품과 생리대로도 전염된다'는 괴담에 경악했다. 5월 3일 청계광장에 모인 중·고등학생 5200여명 중 여학생의 비율이 85%로 남학생을 압도했다. 미국 쇠고기에 관한 소문이 유포된 곳도 '레몬테라스'(인테리어정보 카페)나 '마이클럽'(여성포털), '82쿡'(요리사이트) 같은 여성 전용 사이트였다.

왜 시위만 열리면 집에 가지 않고 밤을 새웠나

지난 5월 2일부터 8월 15일까지 106일간 현장 검거된 사람은 모두 1397명. 직업별로 보면 이들 10명 중 2.4명은 대학생, 2.1명은 무직자였다. 또 10명 중 1명은 자영업자였다. 이들을 합치면 연행자 10명당 절반 이상이 정상적으로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었다. 경찰이 연행자들의 주소지를 분석한 결과, 서울에 사는 사람은 49.5%로 절반이 채 안 됐다. 나머지는 경기·인천 등 수도권(30.4%), 심지어 부산·경남·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로 밤을 새우고 집에 돌아간 사람들이었다.

대책회의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5월 6일 한국진보연대·참여연대·민주노총·전교조·민노당 등 1800여개 시민·사회·정치단체가 모여 결성, 촛불시위를 주도했다. 진보연대 공동대표인 오종렬·한상렬씨가 대표, 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인 한용진씨와 참여연대 박원석씨가 공동상황실장을 맡았다. 이들은 모두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