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역에 전함(戰艦)을 파견한다. 이 지역에 출몰하는 해적 소탕과 자국 선원 보호가 목적. 올 들어 소말리아 해역을 지나간 중국 선박 1265척 중 20%가 해적의 습격을 받았고, 중국 선박 2척과 중국인이 탄 외국국적 선박 5척이 납치됐다. 그러나 항공모함 건조를 추진하며 세력을 키워 온 중국군이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는 신호탄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 선원 한 달째 억류 중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8일 "소말리아 해역에 전함 파견 준비를 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은 며칠 뒤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중국 함대가 구축함 2척과 대형 보급함 1척으로 구성되며, 성탄절 이후 파병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전함 파견은 1차적으로 자국 선박의 보호를 위한 조치다. 지난달 14일 납치된 어선인 톈위(天裕)8호의 선원 18명은 아직도 억류 상태다. 유엔 안보리가 해적 소탕작전 참가국들이 해상은 물론 육상에서도 해적 행위를 차단할 수 있도록 승인한 다음 날인 17일에도 선원 30여명을 태운 전화(振華)4호가 해적들에게 습격을 받고 5시간 만에 구사일생으로 위기를 모면했다. 이 탓에 전함 파견을 옹호하는 중국 내 여론이 높다.
◆소말리아 해역은 각국 해군 각축장
하지만 국제무대에서 보다 큰 목소리를 내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이난(金一南) 중국 국방대 전략연구소 소장은 "국제사회에서 중국의 위상을 제고시키는 정치적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 전함의 소말리아 해역 진출은 600여 년 전 아프리카 동쪽까지 진출했던 정화(鄭和·1371~1433) 함대 이후 처음 실제 군사작전을 위해 배치된다는 의미도 지닌다.
항모(航母) 건조와 핵 잠수함 개발에 몰두하면서 원양(遠洋) 작전능력을 키워 온 중국 해군으로선 이번 전함 파견이 실전 경험을 축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작년 이래 근해에서 총 7차례 외국과의 해상 연합훈련을 실시해 왔지만, 태평양 바깥으로 진출한 적은 없다. 중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중국군은 군사대국화를 우려하는 서방의 견제로 소말리아 파병을 그간 주저해 왔지만, 이번 유엔 결의로 장애물이 제거됐다"고 말했다.
소말리아 해역은 세계 각국의 해군력 경연장으로 변할 전망이다. 미국은 구축함 하워드호와 순양함들을 이미 파견했으며, 독일과 프랑스 등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 8개국과 러시아도 전함을 보냈다. 인도 역시 최근 전함 파견을 결정했다.
정화(鄭和·1371~1433)
명나라 영락제 때 환관이자 외교관. 7차례에 걸쳐 상선과 군함으로 구성된 선단(최대 300여 척)을 이끌고 동남아시아~아라비아반도~아프리카에 이르는 30여 국을 원정했다. 수많은 외교 사절이 왕래하고 무역이 활발해져 명의 국위가 크게 높아졌다. 동남아 각지에 화교(華僑)가 번성하게 된 것도 당시 원정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