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與野)는 예산 전쟁에 이어 이제는 '법안 전쟁'에서 붙어 보자고 벼르고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민심의 흐름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 대해 "둘 다 못마땅하다"는 쪽으로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지율이 20%대 박스권을 8개월째 벗어나지 못하는 대통령뿐 아니라 여야 정당들 모두 낮은 지지율에 시달리는 '정치권에 대한 총체적 불신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고 했다.
◆모든 정치권에 등 돌린 민심
한길리서치가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의 여당 역할에 대해 절반이 훨씬 넘는 65.1%가 '잘못한다'고 평가했고, 민주당의 야당 역할에 대해서도 71.3%가 '잘못한다'고 응답했다. 동서리서치가 지난 10일 발표한 조사에서 '여러 정당들 중에서 지지하는 정당'은 한나라당 36.0%, 민주당 14.4%, 민주노동당 4.6%, 자유선진당 3.5% 등이었고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無黨派)가 32.8%에 달했다. 한나라당이 선두이긴 하지만 지난해 12월 갤럽조사의 54%에 비해 1년 만에 20%포인트 가량이나 하락했다. 민주당은 2년 6개월째 10%대에서 맴돌고 있으며, 선진당도 이회창 총재가 1년 전 대선에서 기록한 15% 득표율에 비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민주노동당은 2007년 초반부터 지지율이 한 자릿수로 고착된 이후 최근엔 5%에도 못 미치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25.3%로 여전히 20%대였다.
전문가들은 "정치권에 대한 총체적인 신뢰 하락은 불신을 넘어 혐오(嫌惡) 수준"이라며 "정부·여당과 야당 중에서 어느 한쪽의 지지율이 빠지면 다른 쪽이 올라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요즘은 무당파가 1년 전의 10%대에서 30% 이상으로 증가하면서 모두 침체 상태"라고 했다. 이렇다 보니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정치 혐오층'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3명에 달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배남영 차장은 "정치 혐오층이 30% 수준을 기록한 것은 과거 정치에선 드문 현상"이라며 "김영삼·김대중 정권에서는 각각 임기 말에 잠시 나타났고, 노무현 정권에선 2004년 총선 전 몇 개월뿐이었다"고 했다.
◆무능한 정부, 정쟁만 일삼는 국회에 실망
이현우 서강대 교수는 "경제위기에 대한 정부의 무능한 대처에 실망감이 커지고 있다"면서 "국회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보았듯이 정쟁만 일삼는 것에 대해 국민들이 기대를 접고 있다"고 했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한귀영 실장은 "한나라당은 몸집은 큰데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고 내부 갈등만 깊어지는 초식공룡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민주당은 비전·정책·정체성의 혼돈, 갈등 지향의 정치, 리더십의 약화 등이 지지율 부진의 원인"이라고 했다. 서우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선진당은 애매모호한 정체성 때문에 확고한 지지층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민노당은 '종북(從北)주의' 노선으로 인한 분열로 존재감을 상실했을 뿐 아니라 의회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부하는 잦은 농성, 물리적 저지 등으로 인해 외면받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