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법원의 존엄사 인정 판결이 있었다. 환자가 3년 전 가족들에게 "내가 소생하기 힘들 때 인공호흡기는 끼우지 마라"고 말했다는 가족들의 진술을 토대로, 환자가 자연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해 재판부가 이런 판결을 내렸다고 한다.
이번 판결로 자칫 '인공호흡기' 치료 전반에 대한 오해가 확산되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이는 대단히 위험한 오해다. 매일 중환자를 돌보는 의사 입장에서 보면 정말 회생 불가능한 '죽지 못해 살아 있는' 환자가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또 존엄사 인정의 필요성도 누구보다 공감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공호흡기 치료 자체를 무의미한 연명 치료로 생각하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는 환자는 대부분 위중한 상태이고, 그러다 보니 그들 중 적지 않은 수가 사망한다. 하지만 인공호흡기 치료를 받은 환자의 상당수는 자기 발로 걸어서 퇴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무엇이 연명치료인지도 잘 모르는 환자나 가족의 의지를 근거 삼아 존엄사를 인정하게 되면, 판단 능력이 부족한 환자와 가족이 마치 물건 구입과 사용을 그만두듯 목숨을 포기하게 되고, 의사는 그대로 따라 주어야 하는 상황이 될 수 있다. 이번 존엄사 논쟁에 얽힌 인공호흡기 치료에 대한 회의론적 오해로 가뜩이나 치료를 쉽게 포기하는 암이나 각종 장기부전환자, 노인환자들이 흔들리지 않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