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부근의 A룸살롱은 지난달 초순부터 메뉴에는 올리지 않았지만 소주를 비치해놓고 있다. 찾는 손님들이 너무 많아서다. 이 룸살롱은 기본메뉴인 '발렌타인 12년산 1병과 맥주 6병, 음료 8병'을 일단 먼저 주문하는 조건으로 소주도 팔고 있다. 이 룸살롱 영업을 담당하는 '박 상무'는 "소주는 1병에 1만2000원씩 받고 내놓는다"며 "기본 메뉴에 포함된 양주는 아예 병도 따지 않고 계속 소주와 맥주만 추가로 주문해 마시고 가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경기 불황을 타고 '비싸고 독한 위스키보다는 저렴하고 순한 소주'라는 술 소비 형태가 뚜렷해졌다. 주류공업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소주 판매량은 95만278병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3.5% 증가했지만 위스키 판매량은 6084병으로 29.3% 급감했다.
위스키의 알코올 도수는 보통 40도 안팎. 소주는 그 절반인 20도 정도다. 최근엔 16.9도까지 도수가 낮은 소주도 나왔다.
알코올질환 전문 병원인 '다사랑병원'에 따르면 체중 65㎏인 성인 남자가 체내의 알코올을 분해하는 데 소주 1잔(20도·51.4mL)은 평균 63분, 양주 1잔(40도·37.5mL)은 평균 92분이 걸린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폭' 1잔(8도·200mL)은 평균 103분, 양주와 맥주를 섞은 '양폭' 1잔(11도·200mL)은 평균 137분이 걸린다. 종합상사 직원인 진모(28)씨는 "요즘처럼 불경기로 회사 분위기가 뒤숭숭할 때는 술을 마시더라도 가급적 숙취가 덜한 것을 찾는 것이 샐러리맨들의 보신책"이라며 "접대를 받는 쪽에서도 '다음날을 생각해서 소폭으로 하자'고 먼저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