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도 가린 농익은 연기와 완벽 기술
국내에서 처음으로 치르는 국제 대회라 긴장감은 상상을 초월했다. 워밍업 도중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공중 연속 3회전)을 하다 엉덩방아를 찧는 실수를 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막상 실전에 들어가자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출발이 좋았다. 트리플 플립-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을 깔끔하게 처리한 김연아는 기본점수 9.5점에 가산점 2점을 추가로 받았다.
하지만 쉽게 갈 것 같았던 두 번째 점프에서 흔들렸다. 트리플 러츠를 뛰는 도중 스텝이 엉켜 싱글로 처리하고 말았다. 기본 점수가 6점인 트리플 러츠에서 5.7점이 감점돼 0.3점만을 받았다.
모두가 아쉬워하며 1위는 놓쳤다고 했다. 하지만 실수는 또 다른 도전이었다. 김연아는 더블 악셀(기본점수 3.5점)에서 가산점 1.2점을 받은 데 이어 이어진 레이백 스핀과 플라잉 싯스핀, 스텝 시퀀스,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최고 레벨인 4를 받으며 트리플 러츠의 옥에 티를 만회했다.
여기에다 농익은 연기는 상대 선수들을 압도했다. 예술 점수인 프로그램 구성요소(스케이팅 기술, 트랜지션, 퍼포먼스, 안무ㆍ컴포지션,음악해석)에서 가장 높은 30.44점을 받아 대세를 갈랐다.
▶아사다도 선전, 하지만 대세는 김연아
아사다도 올시즌 최고의 쇼트프로그램 경기를 치렀다. 65.38점을 받으며 올시즌 쇼트프로그램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64.64점이었다.
특별한 흠은 없었으나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이 다운그레이드 되면서 김연아에 비해 0.1% 부족했다. 하지만 아사다의 컨디션이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어 0.56점의 점수차는 무의미하다. 승부는 사실상 원점이다.
아사다는 "오늘 좋은 경기를 치러 기쁘다. 내일 프리스케이팅에서 잘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사다는 더 이상 아사다가 아니었다. 이날도 드러났지만 기술의 완성도는 김연아가 한 수 위였다. 특히 연기에 대한 완벽한 몰입과 타고난 승부욕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문제는 실수다. 물론 김연아가 프리스케이팅에서 큰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우승은 문제없다.
한편, 아사다의 흠없는 경기력에도 김연아에 비해 점수가 낮게 나오자 일본 기자들 사이에서 "어이없다"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