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10일 서울 양재동에서 열린 ‘유라시아 대륙 국립철도대학 심포지엄’에서 단연 관심을 끈 것은 북한 철도에 관한 부분이었다. 특히 러시아의 관심이 커보였다. 러시아 정부를 대표해 참석한 페트라코브 철도부 차관은 “현재 러시아 하산과 북한 나선(나진·선봉) 사이 65㎞ 구간에 대한 개량 공사에 착공했다”며 “러시아 정부도 평양에 있는 러시아 철도공사 지사를 통해 북한에 철도를 개방하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뿐 아니라 사업을 실제로 추진하고 있는 러시아 철도공사 야쿠닌 사장도 북한 철도에 관심이 많다고 한다. 만약 한국과 일본 화물이 부산에서 북한을 거쳐 유럽까지 철도로 운반된다면 물류비 절감 효과가 상당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북한 철도 현주소
총 5224㎞에 전철화 비율 81%로 외형은 ‘강국’
중국과 3개, 시베리아 횡단철도와 1개 노선 연결
외형상 북한은 ‘철도강국’이랄 수 있다. 남한 철도 총연장(3392㎞)보다 2000㎞가량 긴 5248㎞의 선로를 가지고 있다. 철도의 전철화 비율도 남한(53%)을 훨씬 웃도는 81%에 달한다. 교통수송 분담률도 높아서 여객은 62%, 화물은 90%가 철도에 의존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해외순방 시 항공기가 아닌 철도를 이용한다는 사실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서울역이 아닌 평양역을 기점으로 삼기 때문에 주요 노선 이름에 서울 경(京)자가 아닌 평양의 평(平)자가 들어간다는 것.
남한에 없는 것도 있다. 국경을 넘는 국제철도다. 남한은 휴전선으로 단절돼 아직까지 국제철도 운용 경험이 전무하다. 반면 중국과 러시아를 접한 북한은 국제철도 4개 노선을 가지고 있다. 중국과는 신의주~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 자강도 만포~지린(吉林)성 지안(集安), 함경북도 남양~지린성 투먼(圖們)을 연결하는 3개 노선, 그리고 러시아와는 나선~하산을 잇는 1개 노선을 가지고 있다.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되는 나선~하산 구간은 양측의 철도 궤간이 서로 다르다. 북한은 주로 표준궤(폭 1435㎜)를, 러시아는 광궤(폭 1524㎜)를 사용한다. 한반도의 철도는 일본이 대륙 진출을 염두에 두고 표준궤로 가설했다.
문제점
단선이 97%… 전력 부족해 지연·운행 중단 잦아
노후화 심각한 데다 평균 시속도 25~60㎞ 불과
북한 철도는 문제가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단선(單線) 구간이 전체의 97%에 이른다. 전력으로 열차를 움직이는 전철화율은 81%지만 전력공급 사정 자체가 여의치 않아 운행이 중단되거나 지연되는 사태가 빈번하게 벌어진다. 한국교통연구원 북한교통정보센터 김선철 연구원은 "물동량이 몰리는 평의선과 김정일이 현장 지도에 사용하는 열차를 제외하고 제대로 된 기관차나 객차, 화차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열차의 평균운행 시속이 고작 25~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설의 노후화 현상이다. 레일과 침목이 부실해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일제강점기 때 만든 터널과 교량을 보수 없이 사용하는 곳이 많아 붕괴 위험이 상존한다. 특히 청년의 힘으로 건설했다고 해서 명명된 '청년선'은 요주의 대상이다. 예컨대 '김일성 사회주의 청년동맹' 산하조직인 '속도전 청년돌격대'가 건설한 북한 남부를 동서로 횡단하는 청년이천선의 경우 252㎞를 1971년에 착공해 1년 만인 이듬해 완성했다. 부실시공 가능성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함경북도 길주와 양강도 혜산을 연결하는 '백두산 청년선'에 있는 백암터널은 이 근방에서의 지하 핵실험으로 인해 터널이 붕괴되는 사고가 터지기도 했다. 2007년 국토해양부와 통일부, 철도시설공단이 공동으로 경의선 개성~신의주 구간을 현장 조사한 결과를 담은 보고서를 보면 "철도가 정상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울 정도로 매우 낙후돼 있다" "1일 왕복은 10회 내외, 속도는 50㎞ 이하로 운행 중"이라는 내용 등이 있다.
때문에 북한 철도는 현대화가 시급하다. 우리 철도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와 연결하는 것도 좋지만 중간에서의 연결고리인 북한 철도의 현대화가 지연된다면 실질적 효과는 기대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를 위한 비용은 만만치 않다. 한국교통연구원 북한교통정보센터 김선철 연구원은 "북한 철도 현대화에 드는 비용은 전면 개보수냐, 아니면 복원 개보수냐에 따라 금액이 천양지차"라며 "남한 주도 아래 우리가 자재를 지원하고 북한의 노동력과 땅은 무상 활용할 경우에도 복선 신설에 ㎞당 189억원은 들 것"이라고 했다. 전체를 일정 수준으로 손질하려면 총 100조원 가까이 들 것이란 얘기다.
통일 이후를 생각한다
한반도 교통체계 철도 중심으로 재구축을
의사소통 힘든 철도용어의 통일도 시급
이런 천문학적 비용에도 불구하고 통일 후를 대비해 북한의 교통을 철도 중심으로 더욱 확고히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첫째 이유는 철도의 경쟁력이다. 통일이 되면 부산에서 신의주까지 1000㎞에 육박하는데 이 경우 철도가 도로보다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현재 남한에서 가장 길다는 경부선(서울~부산)도 400㎞를 겨우 넘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남북이 통일되면 한반도 전체의 교통 체계를 철도 중심으로 재편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철도를 중시해야 할 또 다른 이유는 지형과 기후 조건이다. 북한은 한파와 폭설로 항공기가 자주 결항되고 도로 교통이 두절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 따라서 통일 이후에 북한의 교통체계를 남한처럼 도로 중심으로 설계할 경우 지역 간 연결과 물류에 심각한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통일 이후에는 철도를 중심으로 하고 도로는 상황에 맞춘 보완 수단으로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철도는 도로에 비해 통제가 쉬워 사회주의 국가에서 선호하는 교통수단이다. 자동차와 달리 철도는 레일 위에서만 움직이고 지정된 역에서만 타고 내릴 수 있다. 때문에 북한 입장에선 통일 이후 일정 기간 북한 주민을 통제하는 데 철도가 유리해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철도 관계자들은 남북한 철도 통합의 전 단계로 철도용어 통일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예컨대 견인차(남한)-끌차(북한), 경보기(남한)-껌뻑신호기(북한), 내마모성(남한)-닳음견딤성(북한) 같은 식이다. 남한에서는 철도용어로 일어·영어를 많이 쓰는데 북한에서는 순우리말 철도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하지만 용어 통일에 대해 북측은 별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