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감사를 벌인 결과 "부실 자산 운용사에 국민의 혈세를 몇 백억씩 위탁하는 등 경영이 방만한 것으로 드러났다"며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국민들의 노후를 책임지기 위해 총 229조원(9월말 기준)에 달하는 기금을 운용하고 있는 공단의 기금운용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9일 감사원에 따르면 공단은 불법 거래를 하다 적발돼 2006년 12월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주식운용본부장 등 임직원 15명이 감봉 문책을 받은 전력이 있는 A사를 지난해 자산운용사로 선정해 500억원을 맡겼다.
A사는 자기 회사의 비리 전력을 누락한 채 공단에 기금운용제안서를 제출했지만 공단은 '자산운용사 평가 때 감독기관 문책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무를 지키지 않아 이 같은 사실을 몰랐다.
또 올해 3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일산대교·신 대구부산 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과 관련해 공단이 직접 출자했기 때문에 별도의 위탁운용사를 둘 필요가 없음에도 "공단의 사회간접자본 투자가 늘어 일일이 관리할 여력이 안 된다"며 B사를 위탁운용사로 지정하고 82억원을 지불함으로써 기금을 낭비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연기금을 각종 사업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것에 대한 비난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투자 다양화냐 마구잡이 투자냐
국민연금기금을 방만하게 운용하는 사례로 지적되는 충북 제천 '청풍 리조트'의 경우 여전히 개선이 안되고 있다.
공단은 지난 2000년 총 885억원을 투자해 청풍리조트를 지었다. "국민연금 가입자와 수급자에게 휴식 공간을 제공한다"는 목적에서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리조트의 누적 적자는 176억원이나 됐다. 올해의 경우도 8월까지 매출액 37억5900만원에 운영비 43억2900만원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공단 시설사업단은 "건설비나 부지 매입비 때문에 초기 적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반면 전문가들은 "민간 업체보다 경쟁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2006년 기획예산처의 '정부 산하기관 평가단'도 이 사업을 놓고 "국민연금을 재원으로 복지사업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당시 연구진이었던 한양대 경제학과 사공진 교수는 "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별로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리조트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는 약 3억~4억원 당기 흑자를 기록했으나 주변에 단양 대명콘도 등 민간 업체가 생기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동안 국민연금 가입자를 제외한 일반 고객도 12만9327명에 그쳤다.
이 때문에 공단은 올해 6월 감사원 조사 등을 통해 5차례나 "리조트를 매각하라"는 권고를 받았다.
공단은 "애초부터 수익을 목적으로 지은 것이 아닌,'복지타운'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해명했다.
또 현재 공단의 '국내 부동산 투자 지침'에 따르면 공단은 임대료 수익이 확실한 시설에만 투자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공단은 2006년 11월 대전 서구의 할인매장을 운영하는 C사 등 대형 할인점 매장 운용사에 1955억원을 투자했다. C사는 지난해 3월 국내 신용평가기관으로부터 BBC- 신용등급을 받은 회사로 이로 인해 공단은 '국내 신용등급 A 이상 회사 같은 핵심판매시설에만 투자하라'는 지침도 어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C사는 2006년과 지난해 각각 영업손실 252억원, 648억원을 내 감사원은 "투자금 회수가 불확실하다"고 평가했다.
◆국민연금은 쌈짓돈?
연기금이 정부 부처의 각종 사업에 수시로 투입되는 '쌈짓돈'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공단은 저출산 해결책의 일환으로 국민연금 가입자가 두 명 이상 자녀를 낳으면 연금 불입기간을 최대 50개월까지 추가로 인정해주는 '출산 크레디트' 제도를 올해부터 운영 중이다.
그러나 연금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이 제도가 추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이 조건을 충족시키는 부부는 연금 수령 나이와 거리가 멀어 55세 이상 가입자가 늦둥이를 낳는 경우처럼 수혜 사례가 미미하다. 하지만 출산 크레디트 혜택이 늘어날 시점엔 비용 부담이 커진다. 사업 비용 중 30%는 국가 예산에서, 70%는 연기금에서 나가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2040년 무렵엔 총 8400억원이 연금에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